그날은 싱크대만이 아니라 내 가슴도 무너졌다
싱크대가 무너진 날, 내 가슴도 무너져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싱크대 상부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을 보니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한쪽 지지대가 떨어진 것 같았다.
"주저앉았어."
아내의 톡은 그리 말했다.
나는 휴대폰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내 일상은 마치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지속적인 시간들인 것 같다. 걸려 넘어질 듯한데 넘어지지는 않고, 휘청휘청.
"넘어지면 안 돼~!"
무언가가 자꾸 나를 흔든다. '아차 하면, 넘어질 뻔' 크고 작은 일들로 이런 순간들의 연속이 매일 반복된다.
퇴근하기 전,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창에 손을 올렸다.
‘싱크대 상부장 처짐’
‘싱크대 상부장 수리 비용’
하지만 검색 결과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작 궁금한 건 수리비용과 작업 과정인데, 노출된 정보는 수많은 수리 업체들의 답을 줄 듯 말 듯한 대부분 애매한 글이거나 광고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밤,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는 업체에 문자를 보냈다. 예상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자만 맘이 급한지라 보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쉬운 놈이 전화해야 하는 거지~"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사진을 보내 주세요~"
사진을 보냈다.
“비용이 얼마인가요?”
“40만 원입니다. 두 명이 작업해야 하고, 뜯어서 근본적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비용에 태연한 척했지만 "하!" 고민이 많이 되었다. 통화 끝에 한숨을 쉬는 내 소리를 내가 들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직접 싱크대를 들어 올려 보려 했다.
“드럽게 무겁네.”
욕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들고 고치나 싶었다.
도와줄 가족은 없었다. 어린 아들과 경험 없는 아들, 그리고 아내뿐이었으니까.
다른 업체에도 문자를 보내 보았다. 이번에는 빠른 답장이 왔다. 비용은 35만 원이라고 한다.
비용이 좀 더 저렴했다.
혼자 해 볼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수리과정 영상이 있나 싶어 검색해 보니 하루 종일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하는 영상이 있었다.
"개소리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공구 다루는 손 기술이 좋은 사람 아니고서야.
결국, 작업자 둘이 필요하고, 전부 뜯어서 근본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게 맞는 듯하다.
“수리비는 건물주가 부담해야 하나요,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나요?” 비용 지불 관련해서 물어보았다.
이런 질문은 끼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주 부담이 맞다고 한다.
"싱크대 지가 떨어진 거지, 오래되어서..."
"부식되어서 떨어진 거지."
우리가 떨어뜨린 건 아니니까. 건물주의 문제 아닐까 기대감에 물어보았다.
맞다고 한다.
그날 나는 단돈 만 원도 없는 상황이었다. 장사는 매일 적자였고, 수입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중이었다.
“원칙적으로는 건물주가 해야 하지만 잘 안 해주려 할 겁니다.” 업체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건물주에게 물었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났다.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그날 집주인의 아들이 집에 와서 상부장을 확인하고 갔지만, 이후에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여기저기 모두들 경제 불황 속에 눈치만 보는 듯했다.
이 건물은 오래된, 흔히 말하는 ‘상가거지’ 일 수 있는... 건물은 있지만 오래되었고, 누수가 많아 수분으로 가득 차 있는, 문제가 많은, 세입자는 이제 나 하나 남은 건물이다.
늘~ 나도 이사 가고 싶다. 올해는 이사 갈 계획이었지만, 생각조차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이게 뭐야...”
무너진 싱크대를 보며 가족에게 미안함이 밀려왔다.
무능력한 남편, 무능력한 아빠가 된 것 같았다.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어려운 날들이었다.
우리 집 싱크대 상부장은 아직까지 수리하지 못했다. 집주인의 연락을 기다리는 희망을 품고 있을 뿐.
월말이고, 연말이고 그러다 보니 다른 우선순위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서야 수리를 고민할 수 있는 나의 상황.
그동안 불편할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만 가득 차다.
그렇게 싱크대가 무너진 날부터 나는 또 견디고 있다.
“괜찮아, 고치면 되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날은 싱크대만이 아니라 내 가슴도 무너졌다.
"별일 아닌데"
별일 아닌 일들이 연속이 되다 보니 작은 뾰루지가 종기가 되어가는 듯하다.
"넘어지면 안 돼, 일어나야지!"
이렇게 맘 추스르며 태연하게 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