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핑계 대지 않기
2024년이 되고 벌써 2월이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달리기는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허전함을 넘어 찝찝함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비나 눈이 많이 와서 뛰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달리기를 했다. 지방 출장을 갈 때도 항상 러닝화를 2개씩 더 챙겨서 다녔고, 저녁 9시에 일이 끝나면
10시에라도 달리기를 했다.
한 번은 출장이 숙박이 안돼서 집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일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21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목과 어깨허리 또한 뻐근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시간을 보니 딱 씻고 잠들기 좋은 시간.
머릿속에서는 (사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생각했지만) '오늘 하루는 달리기를 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했다.
몸도 피곤, 힘든 하루, 식사 전의 배고픔, 정장을 입고 일했기에 불편함 등등.
내 머릿속에서는 달리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봄날 꽃들처럼 몽알몽알 피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늘은 쉬어야지라고 하려는 찰나,
"오늘도 뛸 거지? 같이 나갈까?"
와이프가 먼저 말을 건넸다.
순간, 그 수 많았던 핑곗거리를 쭉 나열할까 하다가 이내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안나 갈 생각이라 했겠냐는 듯이
"당연한 거 아님?, 지금 바로 go go?"
라고 외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영하 7도.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니 춥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 집에 들어오니 시간은 어느덧 10시 40분.
몸은 너무나도 피곤했자만 나 스스로에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주었기에 그 피로감은 충분히 상충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2024년 1월은 하루도 쉬지 않고 모든 날 달리기를 했다. 비가 조금 올 때는 비를 맞으며, 눈이 올 때는 눈을 맞으며, 나 스스로에게 달리지 말아야 할 핑곗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그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그렇게 1월 한 달 동안 203km를 달렸다.
거창하고 뛰어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남들 앞에서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핑계 대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껏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이 작은 마음가짐이 훗날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