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배우기

아직 저 잘 못해요…

by 시형


일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필요한 이수증이 있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한 교육을 들으러 왔다.

그것은 바로 응급처치!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기본적인 구급활동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에 말로만 가능한 부분이 아닌 실제로 이수한 것에 대한 증빙이 필요했다.

대부분이 그렇듯 열정적으로 배우려고 온 것이 아니다 보니 강사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집에서 약 2시간 거리이긴 하지만 가능 일정 중에 가장 빠른 날짜를 선택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섰다.

기대감보다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만이 있을 뿐..


현장에는 1등으로 도착했고 안내하시는 분꼐 인사하고 1등 출석자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가장 뒤쪽 구석자리 선점!

강사님의 눈을 피해 얌전히 8시간 교육을 받다가 돌아가라리…


이윽고 9시가 되었지만 최소 인원으로 되어 있던 8명 중 6명만이 참여하고 두 명은 결국 끝까지 나타나지 않아다.

늘 그렇듯 맨 앞자리는 비어 있고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채워져 갔다.


이 응급처치 교육의 새로운 점은 기존 여타 교육과는 다르게 QR코드로 출결 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늦게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 명강사님들의 방식을 정면으로 가로막는 방식이었다,

알고 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이전 다른 곳에서 진행했던 교육에서 본인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요청했는데 개인정보를 요구했다고 민원을 넣었고 해당 방식이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QR출결 확인으로 바뀐 것이다


원칙상으로 보면 8시간 교육에 8시간을 다 하는 것이 맞지만 이 일이 생업과 연결되지 않는 일반인 기준에서는 빨리 끝날 수록 더 좋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교육은 시작이 되었고 의지 없는 6명은 교육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간간히 하긴 했으니 적극적인 질문은 없었고 의례 다른 교육이 그렇듯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다가 오후시간에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응급처치의 기본! 심폐소생술 실습!!

예전에 다른 교육에 참관했을 때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서 2분 내외로 하는 것을 봤었는데 우리는 5분이나 한다고 했다.

흉각 아래 양손을 겹쳐 올리고 팔은 직각으로 실습용 마네킨(애니)을 바라보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 아직 1분도 안 지났다고?’

1분마다 알려주신다던 강사님은 아무 말도 없으시고 땀은 흐르고…

‘일부러 그러시나…?’

그 생각이 드는 찰나

‘1분 지났습니다’

속으로 헛웃음만 나왔다.

’이런 걸 5분이나 하라고??‘


AED (자동제세동기)도 활용해서 2분당 한 번씩 구동시키고 다시 심폐소생술 실시

1분만 해도 땀도 나고 힘든데 계속하다 보니 불현듯

‘아, 내가 최소한 이 정도라도 하면 어쩌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30분 같던 5분이 지나고 나서 다시금 이론 교육과 삼각건을 이용한 부목방법, 붕대를 이용한 지혈법등을 배웠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오후 수업은 시간만 때우고 가자는 나의 생각을 조금은 바꿔준 시간이 되었다.

당장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니지만 배워두고 연습해 두면 언젠가는 소중한 목숨을 구할 일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라는 것은 받기 전까지는 귀찮고 지루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실제로 교육을 받다 보면 나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교육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8시간의 기나긴 시간이 흐르고 다시 3시간이 걸리는 집으로 향했다.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해서 아들과 와이프에게 붕대 매는 법과 삼각건 매는 법을 당당하게 시연해 줬더니 놀란 아들의 목소리.

‘아빠 피가 안 통하는 거 같아’

‘자기야 팔이 빠지는데?’

구름 위까지 올라갔던 나의 자신감을 조용히 땅 아래로 끄집어 내려서 서랍장에 잠깐 넣어 두었다.


하루 배워서 잘했으면 내가 강의를 했겠지…

배움은 끝이 없고 그 배움의 활용에는 부단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나의 교육이 완성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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