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내가 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 빠져든 것이다

by 시형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건만...

사건의 발단은 너무 단순했다.

10살 아들이 게임과 유튜X만 너무 빠져있길래 공부도 하고 밖에서 놀기도 하면서 하라고 했고,

집에 사두었던 문제집을 가져오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문제를 풀던 아이가 특정 문제에서 풀이를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와이프가 "문제 읽어보고 '='을 쓰고 답을 쓰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을 문제 옆이 아닌 아래쪽 숫자와 이어지게 쓰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왜 쓰냐고 했더니

엄마가 쓰라고 해서 썼다는 거다.

이때부터 난리가 났다.


게임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는 둥, 눈뜨자마자 게임만 한다는 둥,

하루에 시간제한 없이 게임을 하는 애가 어디 있냐는 둥...

잔소리 + 화냄이 이어지자 아들은 결국 울면서

"엄마도 0스타 보자나.."라고 했다가 더 혼나기 시작했다.


사실 3학년 수준에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애초에 문제를 읽지도 않고 숫자만 보고 '이게 뭐지??'

이러고 있었던 거였다


게임 중독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송에 나왔던 "금쪽이처럼 병원 가서 약물치료받아야 정신 차릴래?!" 라며

불호령이 떨어지며 즐거웠던 게임 생활에 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반에서 수학만큼은 매번 만점을 받아오던 아이가

기본도 못하기 시작하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중독, 몰입,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착, 덕후, 마니아, 팬... 이런 것을 구분하는 건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1년에 술을 354일쯤 마셨다.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쉬어주는 센스를 발휘했지만 주변에선 당연히 알코올중독자라고 했다.

그러다가 일련의 계기가 있긴 했지만 갑자기 술을 줄였다.

매일 마시던 술을 한 달에 2번이라는 기준으로 하루아침에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계속 마시고 싶다거나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흔히 말하는 금단증상 같은 것이 거의 없었다.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문제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럼 나는 과연 알코올 중독이었을까?

만약 내가 영어공부를 354일 동안 했어도 공부 중독이라고 했을까?

만약 내가 독서를 354일 동안 봤어도 독서 중독자라고 했을까?

만약 내가 운동을 354일 동안 했어도 운동 중독자라고 했을까?


어쩌면 단지 타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멈추지 못하고 안 좋은 경우를 많이 갖고 있는

'중독이라고 나쁘게 치부해도 좋은 조건에 부합한' 애착 증상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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