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잠든 당신이 내 쪽으로 돌아눕길래 몰래 가슴을 만져본다
속절없이 흘러내린 세월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손에 잡힐 것도 없이 허물어져 짠하디 짠해
당신이 다문 입을 벌리자 젖과 꿀이 버무린 단내가 쏟아져
마주 보고 누운 내가 입을 벌려 화답하자
맷돌 틈에 끼인 어금니가 아득바득 갈리고
입꼬리를 찌그리며 돌아눕는 그림자
돌이켜보면 난 결혼을 잘했고 참으로 좋은 여자를 만났다
역지사지, 과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까?
허름한 선잠은 멀리 달아난 지 오래
얼굴 없는 베개에 수놓아진 머리칼의 솔기를
생니에 벼린 손톱을 세워
줄기줄기 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