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시작과 끝은 닮은꼴

Liver, Lung, Spleen and Heart

by 라미루이

이 시는 Guy Ritchie 감독의 최근작 <Wrath of Man>의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홀로 남은

아들을 향해 달려드는

눈을 가린 총탄에서 돋은 이빨은

일촉즉발의 비극을 감지한

아버지마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죽음의 회전문을 돌아나온

그는 조직의 보스

총구를 들이댄 자의 얼굴에 영원히 박힌

자신의 시선을 돌려받기 위해

싸늘히 식어가는 육신을 유혹하는

황금 관짝에 눕기를 거부하고

현금 호송 트럭에 갇히기를 자청했다.


선악의 갈림길에서 흔들림이 없는,

좌우의 명암이 오묘하게 다른

눈빛을 가진 사내는 속내를 알 수 없다지

밖은 군복을 걸쳤지만,

안은 비취색 피가 철철 흐르는

냉혈 동물이자 배신자는

타인의 그림자를 다지고 깎아

벌건 피가 넘치는 웅덩이를 파내린다.


동업자의 의리를 흔적 없이 지워내리는

피아를 구분치 않는 총탄의 세례

선량한 자의 뇌리를 가르는 연속은

모두를 잠들게 하리니


안팎의 경계를 타고 흘러내리는 데칼코마니

끓어오르는 복수의 끝은

그 시작을 닮은꼴로 껴안는다.

간(Liver)에서 분출하는

바깥을 잃은 검은 피

이어 휘몰아치는 연타는

폐(Lung)와 비장(Spleen)을 터뜨리고,

성난 입김이 닿자마자

얼어붙은 야수의 심장을 꺼내어

아들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안을 향해 울부짖는 비수의 끝

Dougie.





가이 리치 감독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과 마주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법을 잘 알고 있지요.

팝콘이 연달아 뻥뻥 터지는 듯한, 재치 있게 치고받는 대사의 향연

수많은 인물들이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서로 다른 시점의 단막극으로 구성한 이야기를 저 끝까지 밀어붙이는 무시무시한 힘은

좋은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지를 121분의 러닝타임 동안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Wrath of Man> 재미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감상하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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