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by 라미루이




1.

아이들은 날 때부터

지상을 박차고 올라

허공을 날아보기를

꿈꾸었다


아빠, 뱅기하자 뱅기!

벌러덩 누운 아빠의

허리춤 위로 올라탄 아이들은

그러모아 쭉 뻗은 그의

발바닥을 디디고

높이 떠오른다


이륙을 허하는 아빠의

깜박이는 시선을 따라

아이들은 맞잡은 두 손을 놓고는

슈퍼맨 자세를 취하며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온 지구를 한 바퀴 그리고

두 바퀴 돌고 또 돌아

내친김에

저 달나라까지 찍고 오는

머나먼 비행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지쳐서

세상모르게 곯아

떨어지곤 했다


심심치 않게 불의의 사고가

그들을 덮쳤다

아빠 발 냄새가 지독하다고

배꼽 근처가 넘 간지럽다고

기우뚱 균형을 잃은 아이들이

아빠의 가슴팍으로 꾸웅,

불시착하는가 하면

난데없는

난기류에 쓸려 울컥였는지

저 아래 헤에 벌린

아빠 입 안으로

역류한 토사물을

폭포수처럼

게워 붓기도 했다


어떠한 악천후나 컨디션 난조에도

아빠의 활주로는 등을 밝혔다

아이들의 비행은

한 번도

연착되거나

결항된 적이 없었다



2.

때때로

아이들은

푸른 하늘을 사선으로 자르는

비행기의 꼬릿 날개를

시리도록 바라보았다

저 아래

짓눌린 아빠의

흐릿한 시선에서 눈을

돌리는 아이들

아빠는 불 꺼진 활주로를 올려다보며

허전함을 감추지 못해

고개를 떨군다


머리가 자란

아이들이 은빛 비행기에 오르던 날

먹먹해지는 귓구녕을

킁킁 뚫어내며

동그란 창 너머

뭉게뭉게 몸을 일으키는

구름 거인을 휘감아 올라

바다 건너 낯선 땅을

이어주는 이국의 활주로에

무사히 내리닫는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과

겹쳐지는 아빠의

여울진 눈가


이제는

몰라 보게 커진

아이들 몸집에 발끝

올리기도 벅차

자꾸만 기울어지고

무참히 허무러지는

아빠의 활주로는 오늘도

화려한 비상飛上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