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국민학교 막 들어갈 때는 교실 천장이
까마득해 보이지도 않았다
저 하늘만큼 높아 보였다
6년이 지나 정든 학교 떠날 적 여울진 눈가에
회반죽 다진 천장 모퉁이, 날파리 떼에 그물 내던진
허술한 거미줄 얼핏 눈에 들어왔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까까 중딩 2년 차,
네모난 슬레이트 빗대어 걸친 어설픈 천장이
손에 닿을 듯 내리 보였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교실 뒤에서 잰걸음으로 뛰어와
힘껏 발을 구르고는 천장을 메운 슬레이트 타일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잘 나가는 NBA 선수를 흉내 낸다고
공중에서 한 타이밍 늦추어
이중 점프 묘기를 벌이는 아이,
한 손이 아닌 양 손으로 여유 있게 천장을 터치하는 아이,
맨 뒤에 앉아 교과서를 가림막 삼아
꾸벅 졸던 일진 무리는 수업 끝,
종이 울렸다 하면 부리나케 몸을 일으켜
뻗친 머리칼 천장에 심을 듯 점프 대결을 벌이곤 했다
하루하루 머릿 거죽이 말라 가는 아이들,
교실 천장의 슬레이트는 귀가 나가고
조각조각 부서지고
멀쩡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하루는 어느 아이가 변기 칸에 처박힌 걸 꺼냈는지
'뚫어뻥'을 한쪽 어깨에 턱 하니 걸치고는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아이는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지만, 망측하게도
뚫어뻥은 슬레이트 판에 찰싹 달라붙어
좀체 떨어질 줄 몰랐다
천장에 나란히 매달린 장대 형광등이
흔들흔들, 깜박깜박
아이들은 그 자리에 자빠져 뒹굴다가
덜렁덜렁 늘어진 지 배꼽을 쥐고 웃다가
몇 놈은 사레질을 치는지 목을 쥐고 켁켁거렸다
수업 시작 종이 언제 울렸는지,
왁자하던 복도가 썰렁해지고
어깨를 맞댄 교실마다 숨을 죽일 즈음
우리 교실은 킥킥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진다
천장에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
대차게 뻔뻔하게 입을 맞추는 뚫어뻥,
시장통에 눈 맞아 헐레 붙은 발정난 개들처럼
참으로 보기 좋은 구경 났는지
아무도 그 둘을 떼어낼 시도도 않고
그 자신도 온종일 떨어질 기색 없이 들러붙었다가
천천히 교실 앞문으로 다가온
빼빼 말라붙은 총각 딱지, 국사 선생님
스르르 문을 열자 아쉽지만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듯, 뽀옥 떨어져
아이들 걸상 아래 어딘가로 자취를 감춘 뚫어뻥
그는 뒤도 안 보고 담 넘어 토낀 도둑넘인가, 아니면
조강지처 희멀건 변기양 두고 반반한 년과 바람난 잡것인가
마냥 수줍어 붉어진 천장의 왼뺨 언저리
눌어붙은 입술 자죽이 거무튀튀하다
조용조용! 쉬는 시간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들썩일까?
교탁을 사정없이 두들기는 늘씬하게 잘 빠진 큣대,
위를 올려보던 아이들 웃음을 거두고
애써 진지한 표정으로 칠판을 바라본다
얼마쯤 지났을까,
진득하게 가라앉은 7월의 열기를 뚫고
어디선가 들리는 콰아아, 양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기어이 키득키득 새 버리는 웃음소리
한여름 찜통더위에 앞뒤 꽉 막힌 것처럼
텁텁하던 교실 안이 뻐엉 뚫어진다
소용돌이를 그리며 휘내려가는
그때 그 교실,
금이 갈라진 천장마저 산산이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