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지옥은 가까이에..

대항병원 7층 어느 병동에서

by 라미루이





대항병원 7층 어느 병동,

관장을 하고 5분을 참지 못해

앞다투어 변기통으로 달려가고

수술실 목전, 하반신이 마비될 환자들이

침상에 줄지어 누운 가운데,

두껍짝 빼박은 구부정한 아저씨

물때 잔뜩 낀 좌욕기 품에 안고 들어선다

생년월일 불러보세요, 간호사 물음에

60년생 쥐띠요. 대충 얼버무리는 대답

혈압이 160 치는데 약 드시는 거 없어요?

없는데.. 응꼬 수술받는데 지장 있을까?

조심해야죠. 일단 기다리세요.

남들은 10분이면 수술 마치고 발꼬락 움찔거리며 병동 내려오는데,

그는 1시간 다 되어서 기진맥진한 채로 기어 왔다

수술은 잘 된 거야, 원장님이 뭐래? 그의 집에서 전화 온 듯한데..

사방으로 뚫린 치루 구멍이 다섯.. 의사가 내 엉덩짝 열더니 하아, 한숨을 뱉네. 생살을 지지는지 비릿한 탄내가 코를 찔러.. 재발 확률이 반반이라네.

대화는 살가이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다

이내 잠잠해진다


저마다 응꼬에 돌돌 말린 거즈 심지 박

차오른 피고름 받을 깔깔이 기저귀 차고

누운 채 머리 쳐들면 두통으로 고생한다고,

잠자코 자빠져 누워 있으랜다

옆 침대 누운 그 아저씨, 혈압 체크하는 수간호사 붙들고 통사정한다

저 사흘은 여기 못 있어요. 일요일 새벽 한 시에 일하러 가야 해서..

누구도 그의 주말 야간수당을 대신 벌어줄 수 없다

담당의는 그의 퇴원 일자를 하루 앞당겨 주었다

밤새도록 열이 38도를 넘나들어도

통증이 온몸을 아래위로 꿰뚫어도,

그는 베개를 끌어안고 끙끙 앓다가 뒤척이다가

두어 번 마다한 진통제를 맞고서야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두터운 마스크를 걸친 데다,

병상 매트리스가 딱딱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시라도 여기 더 머물렀다간

없던 병도 골병 치레, 단단히 도질 것만 같아

도망치듯 서둘러 짐을 챙겼다

핏자욱이 점점이 발린,

회색 측벽을 마주 보고 링거줄 꼽지 않은

한쪽 손목을 관자놀이에 괸,

한껏 등을 구부려 새우잠을 청하는

60년 쥐띠 아저씨, 드르렁 풀풀

성마른 코를 골기 시작하자

발소리 죽여 살금살금 빠져나와

병실 미닫이 문을

조용히 닫았다


도심에 우뚝 솟은

거대한 병원은 온 세상의 고통을

남김없이 빨아들 집어삼키고

게걸스레 먹어치운다

그 안을 빼곡히 채운 병동마다, 구구절절

풀지 못할 각자의 사연이

철철 넘쳐흐른다


생生지옥은 저 윗동네, 딴 세상이 아닌

바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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