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 1차를 맞다

by 라미루이




오늘 오후, 가까운 내과를 찾아 노바백스 1차를 접종했다. 드디어 코로나 미접종자 신세를 벗어난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오늘은 꼭 맞는다 내일은 반드시 맞아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고질적인 치루 증상이 도져 수술을 받는 바람에 후일을 기약했다.

이번만은 기어코 맞는다 굳은 심지로 예약을 걸었건만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백신 접종은 물 건너가 버렸다.


작년 10월 말 퇴원을 하고 가슴 통증, 잦8은 기침, 호흡 곤란, 무기력함, 심리적인 압박 등 이런저런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3개월이 지난 후에야 확진 이전의 정상적인 폼을 되찾았다.

입원했던 서울의료원에서 폐 CT와 폐 기능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편으론 이제 벗어난 건가 홀가분하기도 하고.. 담당의는 희뿌연 상흔이 선명한 감염 당시의 CT 사진과 그날 찍은 결과를 한 장 한 장 좌우 비교하며 불안한 낯빛으로 엉거주춤 앉은 내게 정상임을 설명했다.

"다음 진료는 1년 후에 오세요."

다음 예약은 만약을 위해 잡았지만 난 그 병원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얼핏 뇌리를 스치고 꿈결에 머무르는 몇몇 이미지만으로 간담이 서늘하다.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를 열 때마다 확진자 숫자의 증가폭은 훌쩍 뛰어오른다.

감히 예상치 못했던 1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현실로 다가온다.

델타에 이어 등장한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은 가공할 전파력을 지녔다. 몇몇 커뮤니티에 마스크를 쓴 채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확진되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자주 눈에 띈다. 옷깃만 스쳐도 양성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다.

난 생치소와 병원에서 여러 확진자와 숙식을 함께 하며 자연 항체를 형성한 탓에 당분간 재감염은 없을 것이다 내심 안심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부터 노바백스라는 새로운 백신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했다. 기존 독감이나 간염 백신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되어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예방 효과 또한 우수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맞겠다 벼르던 차에, 집 근처 내과에서 노바백스를 당일 접종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다. 의사는 작년 가을 코로나 폐렴으로 입원했다는 내 말을 듣고 "고생했네요." 하고는 백신 접종 후 15분 정도 머물렀다 가라고 한다. 혹시나 모를 알러지 등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노바벡스 맞지요?"

재차 확인하는 내 물음에 간호사는 'NUVAXOVID' 라 적힌 플라스틱 용기를 들어 보여주었다.

따끔, 한 왼쪽 어깨의 느낌은 이내 가라앉는다. 간이 의자가 군데군데 놓인 회복실에 홀로 앉아 있으니 정신이 멍해진다. 가벼운 패닉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갑자기 내가 방문한 이 병원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 차려! 손바닥을 들어 양쪽 뺨을 착 갈기자 몽롱한 정신이 점차 맑아진다.

다행히 심장이 헐떡대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비극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넌 20일 넘게 독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생치소와 음압 병동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고 버텼어.

이까짓 백신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안 그래?


집에 돌아오니 약간은 어지럽고 명치가 답답한 느낌이 살짝 든다. 고질적인 식도염 증상이 도지는 것만 같다. 아무래도 백신을 맞으면 각자의 취약한 부위가 악화되어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는 듯하다.

잠깐 누웠다가 속이 메슥거려 거실로 나와 가슴을 펴고 한참을 걸어 다니니 헛트림이 두어 번 터진다.

하룻밤을 지내고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열도 안 나고 인후통도 없다. 가슴 두근거림 같은 특이 증상도 보이지 않는다. 으슬한 몸살기와 근육통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



우한에서 퍼진 코로나가 온 세계를 휩쓴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유난히 혹독한 이 겨울을 지나면, 따스한 오뉴월 봄바람이 불어오면 독기 어린 저 바이러스의 위력도 한풀 꺾여 계절 독감의 지위로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