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후의 추세다. 위중증자와 사망자수를 표시한 일일 그래프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국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의 유세장은 연일 인산인해. 연단에 오른 후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열변을 토하고, 몰려든 청중들과 포옹을 하고 주먹 악수를 나누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 투표가 마무리되면 확진자가 폭증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루 이틀 목 아프고 열 올랐다가 몸살감기처럼 싱겁게 지나갔다고 안심한다면 큰코다칠 일이다. 코로나는 언제든 당신을 노릴 것이고 쇠약한 시기에 다시 찾아올 것이다. 작년에 델타에 감염되고 올해 또 오미크론에 걸렸다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보인다. 운 좋게 경증으로 후유증 없이 지나갔다 하더라도, 이후 재감염되었을 때 다시금 코로나가 자비를 베푸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진정한 판데믹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버금가는 전파력을 자랑하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전염병이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맞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지만, 영악한 바이러스는 변이종으로 탈바꿈해 포위망을 벗어난다. 충분한 임상 테스트 없이 출시한 백신과 의약품은 누군가에게는 치유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의 몸과 주위를 되돌아보고 깊이 살펴야 한다.
결국 평소에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살 길이다.
작년 12월, 퇴원하고 3개월 만에 가까운 내과를 찾아 혈액 검사를 받았다.
젊은 여의사는 결과지를 위아래로 훑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이하게 림프구 수치가 다소 높네요?"
"그건 어떤 경우에 높죠?" 난 되물었다.
"림프구는 몸 안에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높아지거든요."
그렇구나. 아직도 내 몸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빈 틈을 보이지 않으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어.
난 몇 달 전에 코로나에 걸려 입원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격리 해제되고 나서도 코로나에 걸렸음을 밝혔다가 진료 거부를 당한 사례가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여기.. ALT 수치가 걸리는데요?"
난 화제를 돌리기 위해 결과지의 항목 하나를 가리켰다. 그녀는 이 정도 수치는 정상에 가깝다며 당분간 금주하고, 집에 우루사 같은 약이 있다면 복용하란다. 퇴원할 당시에는 간 수치가 꽤 높아 고덱스라는 처방약을 열흘 가까이 복용했다. 평생 가까이 않던 진통제와 항생제를 근 한 달 가까이 몸 안에 쏟아붓다시피 했으니 간이 기진맥진한 것은 당연하리라.
"근데 마지막에 이 수치가 뭐죠?"
"아, 비타민 D에요. 12 ng/mL이면 많이 낮네요."
사실 내가 피검사를 통해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체내 '비타민 D' 수치. 결과지에는 25-OH Vitamin D로 표기된다.
시간을 거슬러 퇴원 전날 밤, 담당의와 마지막 통화를 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코로나.. 다시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분간 조심해야죠. 충분히 쉬시고 천천히 운동하시고.. 석 달 후에 백신 맞으시고.. 어디 보자. 술담배는 안 한다니 쭉 금주 금연하시구요. 흡연은 절대 안 됩니다. 젊은이도 흡연자는 중증 폐렴으로 번지는 경우 많아요. 그리고.."
"그리구요?" 난 뭔가 건질까 싶어 흐려지는 말끝을 붙잡았다.
"나중에 회복되면 비타민 D 수치 검사하세요. 비타민 D가 코로나 중증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네요."
담당의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괜찮을 거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더 이상 파고들어 캐물을 틈을 주지 않았다. 그의 원격 회진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이 차고 넘쳤으니까..
문제의 검사 결과. 다른 분들도 혈액 검사 시 비타민 D 항목을 추가하면 도움 됩니다.
이후 난 관련 자료를 틈틈이 찾았다. 비타민 D 결핍이 코로나 감염 시 급속한 하기도 폐렴과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눈에 띄었다.
난 그동안 아이들과 산으로 공원으로 놀이터로 나다니며 야외활동을 즐겼으니 비타민 D 수치는 높지 않을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치 아래를 한참 밑돌았다. 어쩌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T 세포의 면역 반응이 증폭하면서 비타민 D 대사가 늘어나 체내 수치가 감소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바깥 활동을 장시간 했음에도 비타민 D의 축적을 방해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어찌했든 코로나 감염 이후 혈액 검사 결과지의 지표들은 비타민 D 수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
난 진료실의 동그란 의자에 엉거주춤 앉아 투명한 차단창 너머 모니터를 바라보는 여의사에게 물었다.
"이거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음.. 고농도 주사를 맞는 게 빠르긴 한데.. 간에 무리를 주거나 고칼슘 혈증이 올 수 있으니 추천하지는 않아요. 실내 생활을 주로 한다면 선크림 바르지 마시고 틈틈이 햇빛 쐬시고요. 비타민 D 영양제 꾸준히 드세요."
난 그녀의 말대로 햇볕이 쨍한 날이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유유자적 걸었다. 직사광선이 눈부셔도 고개를 살포시 내리깔면 그만이다. 장시간 고된 막노동이나 농사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선크림을 얼굴과 팔에 덕지덕지 바를 이유는 없었다. 건조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 로션을 얇게 발랐다. 날씨가 급변하는 유럽의 백인들이 볕이 화창한 날이면 너도나도 벌거벗고 양지에 몸을 누이고 단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들은 하얀 피부로 인해 유전적으로 피부암에 취약한데도 햇빛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은 3월 초.. 이른 봄볕이 점점 자리를 넓히는 시기다. 그늘이 자취를 감추는 봄날, 거리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불투명한 모자나 선캡, 선글라스를 걸치고 피부가 허옇게 뜨도록 선크림으로 분장한 사람들 천지다. 그나마 노출된 얼굴에 마스크까지 썼으니 비타민 D가 만들어질 통로는 한층 줄어든다. 운전하다 보면 안이 시꺼멓도록 과하게 선팅을 한 차량은 어찌나 많은지.. 아파트 단지의 구석진 놀이터는 높다란 건물에 가로막혀 그늘진 채 방치된 지 오래다. 어린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이 심각한 비타민 D 부족 상태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왜 그리 태양을 접하고 대면하길 두려워하는 걸까? 건강하게 피부가 타고 그을린 것보다 창백하고 허약해 보일 정도로, 가느란 실핏줄이 비칠 지경으로 살결이 하얘야만 아름답다, 우월하다고 인정받는 모종의 집단의식이 우리를 지배하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진다.
석 달 넘게 햇빛을 가까이하고 비타민 D 제재를 적정량 섭취하면서 체감한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와닿은 건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다. 2년 넘게 우리를 자폐 상황으로 몰고 간 코로나의 지긋지긋함.
더불어 아이들을 돌보는 단조로운 생활 패턴으로 인해 감정의 앙금이 한없이 가라앉고 과거를 되새김하다가 회복이 안 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런 우울함이 말끔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폭이 줄어들었다 해야 하나. 멜랑꼴리한 감정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데 소모되는 기력과 소요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다. 자연스레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다. 몹쓸 역병에 어찌 걸렸을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억울하고 자책하고 원망하는 감정이 쌓여 쉬이 잠들지 못하고 툭하면 깨는 날밤이 이어졌는데 이제는 뜸해졌다.
이것만으로도 대만족이요, 장족의 발전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긴 잠을 푹 자야 만사가 술술 풀리고, 슈퍼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한다 해도 이를 방어할 힘을 갖추는 법이니까..
몇 년 전 요로 결석이 생긴 이후, 칼슘이 포함된 두유나 치즈를 먹으면 한쪽 옆구리가 결리고 소변에 까만 돌가루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잦았다. 시금치나 당근 같은 옥살산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더해 칼슘 섭취가 영 꺼려지더라. 물을 많이 마시고 구연산을 녹여 마시는 등 갖은 노력을 해도 해결을 못 했는데, 비타민 D에 신경 쓰면서 이 증상이 사라졌다. 또한 질긴 음식을 씹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날 이가 시리거나 잇몸이 아픈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증상에도 효과가 있었다. 아마도 칼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의 기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슷한 증상 또는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는 분이 있다면 볕을 가까이하고 칼슘과 비타민 D 수치를 늘려보라. 분명 체감할 만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토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십수 년 전, 난 독한 냄새가 빠지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다가 지루성 두피염에 걸려 아직도 고생 중이다. 실내에 갇혀 꼼짝없이 폰에 빠지기보다는 밖에 나가 햇볕을 쐬고 걷는다면 간지러움이나 따가움이 덜한 것을 경험할 것이다. 혹자는 과민성 대장 질환에도 비타민 D가 효과가 있다 하니 참고 바란다. 초록 식물만 광합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맨몸으로 일광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그것을 오로지 즐길 수 있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고 보니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만병 통치약처럼 비타민 D를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다. 하지만 몸소 체감한 것을 어쩌겠나. 혼자만 알고 숨기려다 모두가 겪으면 이로울까 싶어 글을 남긴다. 어쩌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결핍 상태에서 호전되었기에 체감 효과가 높았을 수도 있고, 기대감에 따른 플라시보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비타민 D가 면역력 증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개개인의 체질이나 기저 질환 등에 따라 편차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비타민 D 수치가 높을수록 코로나 감염 시 중증도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체를 구성하고 기능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나 미네랄 중에 비타민 D 만큼 체계적인 연구 데이터가 오랜 기간 쌓인 분야가 있을까?
태초부터 인류는 자신들을 내리쬐는 저 태양을 신성시하면서도 멀리하고 피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리라. 하늘에서 내리는 저 빛을 애써 가리고, 어둑한 동굴에 틀어박혀 숨는 것만큼 어리석고 죽음에 가까운 행위는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