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에 특히 심한데 참 고역이다. 맵거나 시큼한 음식도 아닌 맨숭한 반찬을 삼키는데도 사레들린 것처럼 기침이 연신 터진다. 고질적인 식도염이 도져 음식물이 역류하는지 아니면 인후염이 악화되어 반사적으로 삼키기를 거부하는지 아리까리하다. 하마터면 목구녕으로 삼킨 밥알 데기가 딴 데로 솟구쳐 콧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아이들도 머리가 커져서 아빠가 흉한 꼴을 보이면 표정이 즉시 일그러지고 대놓고 짐승 취급을 한다. 만사에 태도를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집에 머무르는 일상이 점점 피곤해져도 어쩔 수 없다. 두 딸이 지켜보는 만큼 내 방에 홀로 있을 때도 그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계절 독감일까? 아니면 감기 또는 오미크론인가, 도통 뭐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정황 상으로는 역시 오미크론이구나 싶은데 알량한 자가 진단 키트는 절대 아니라도 몇 번이나 손사래를 친다. 그렇다고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 진료소를 찾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거기서 마스크를 벗고 검사를 받다가는 없던 병이라도 걸려서 올 것만 같으니까. 증상이 극심하지 않은 만큼 집에서 조신하게 격리 생활을 즐기기로 한다.
며칠 전부터 깨어 있으면 멍하고 무기력하다.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해도 정상이다. 잠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못 견디게 피로한 것도 아닌데, 독한 약 기운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다. 이 증상 또한 코로나의 후유증이다. 작년에 델타에 걸려 퇴원하고 나서도 두 달 넘게 이 증상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이를 '브레인 포그(Brain Fog)'라고 말하더라. 겪어본 이들은 식후 혈당 쇼크 아니면 저혈압 증세와 겹친다고 평하지.
머릿속에 안개가 뿌옇게 낀 것처럼 영 맑지가 않고 흐리멍덩하다. 얄팍한 책을 손에 잡아도 한 페이지 넘기기도 버겁다. 그렇다면 글을 써 볼까? 시작은 그럴싸 하지만 중도에 힘이 꺾여 문장이 흐트러지고, 갈피를 못 잡아 헤맨다. 정신 차리고 보면 글자 나부랭이, 희뿌연 안개 너머로 줄지어 고꾸라지기 일쑤다. 한참을 그렇게 잡다한 토막글을 여기서 끄적대다가, 아니다 싶어 와락 구겨서는 서랍 깊숙이 처박고 나서야 마음을 접는다.
하지 마! 그냥 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자. 괜히 최선을 다해 무얼 더 하려고 하지 마. 뭔가 시도하면 할수록 노력하면 할수록 넌 수렁에 더 깊이 빠지는 거야. 무언가를 밀어붙일 여력이 네 몸 안에서 충분히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 그때까지 조용히 칩거하고 운기조식하면서 심신을 회복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때가 올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이 흐르다 보면 한 치 앞을 가리던 안개가 멀리 물러나고, 사방이 환히 트일 때가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