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이 내리붓는 눈 다발
와락 품 안기는 겨울산길 헤치다가
꺼이꺼이, 벙어리 냉가슴 후벼 파는 소리에 섬짓
뒤 돌아본다
잰걸음 못 미쳐 점점 뒤처진 아이들
곁 수그린 산철쭉 시웃 가지 이은 외마디,
비죽 솟은 잎눈이며 동근 꽃눈 손 끝 내밀어
또옥 분지르고 똑 끊어내고 있다
어헛, 아서라 저어라!
불호랭이 눈깔 부라리며 호령에 엄포 놓으니
아이들 뒷짐 진 조막손 털어 오글오글 새순들
아래로 후드득 떨어진다
겨우내 버티고 악물어 견뎌 해맑게 영근 눈동자
사근사근 발소리 죽여 설핏 돋았더니
뭣이 급한디 봉긋 부풀은 입술 벌리다가
눈 밟힌 아이들 손길 타고 말았다
어릴 적 친할매 홀로 지새던 기운 초가집
이맘쯤 영산강 굽이 줄기 휘감아 파고드는
험한 우풍에 겨우 불붙은 등잔 촛심 어리어리해
진득한 농물 깊이 파도 못하고
아그야, 할미 눈 침침해 암것도 안 보인다
징글 맞은 박음질 그만 허자! 무딘 손톱가외 들어 싹둑
독기 오른 심지 바짝 썰어서는
웃목 누운 노릿한 오강 덮개 열어
찰랑 떨군 것처럼
미끌한 얼음장 우로 뒹글은, 모가지 잘린 겨울눈
지 승질 못 참고 벌겋게 달아올라
갖가지 외침 발악질 단말마 비명에 고성 메아리쳐
벅적한 아우성꾼 그득그득 모여들어
가뜩 시린 귀청 고드름 뚝 떨어질라 먹먹하더니
어느새 다가온 한기 어린 침묵, 서서히 스며들어
벌린 입구녕 하나 둘.. 모조리 틀어막아
고요함 아래 수장시켰다
아빠, 아빠아
곰발바닥 꿈적 얼어붙었어? 꽁꽁 얼음이야?
그럼 때앵, 허연 손등어리 깨져라 찰싹 때리곤
뒤돌아 좌 우로 날래 갈래 도망치는 아이들
먼발치 폴짝폴짝 가깟 숨어든 산까치 녀석
화들짝 놀라 날음질 치고,
그제야
온 사방 시끄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