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노리는 러시아군은 국경을 넘어 진격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푸틴은 시간을 끌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 최대한 많은 이득을 챙길 거라 했다. 의견이 분분했다.
난 결국 전쟁이 발발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러시아가 대군을 움직였을 때는 이미 실익에 대해 주판알을 튕긴 후였을 것이다. 장기 집권한 푸틴의 노욕과 과감한 선제공격은 체첸 무력 진압, 조지아 & 돈바스 전쟁 등 몇 번의 전적을 통해 증명됐다. 국적을 초월한 군수 브로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면전이 다발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하고 온갖 로비를 통해 이를 실현한다. 이들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나토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소극적이었다. 그들이 푸틴의 야망을 저지하려 했다면, 자극적인 속보를 전하는 대신 진즉에 주둔군을 우크라이나 요지에 배치했을 것이다.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주변 강대국들이 뒷짐을 지고 물러났으니, 풀려난 야생마는 허술한 울타리를 들이받고 넘을 수밖에..
사실상 인류의 역사는 크고 작은 전쟁의 서사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과거의 누군가 안락한 침대에 누워 가까운 이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다면 그는 행운아였을 것이다. 전장의 하늘을 맴도는 까마귀 떼가 자취를 감추었던 시기는 극히 짧았다. 인간의 광기와 잔혹성은 항상 곁에 수그린 약자를 향했고, 그 정도는 한 국가와 한 민족을 말살시킬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스타를 살피다 어떤 영상을 접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버스 정류장..
전장으로 떠나는 어느 아버지가 어린 딸과 입맞춤을 하며 좀체 떨어질 줄을 모른다. 뒤로 물러선 아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돌려 울먹이고 있다. 온 가족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어깨를 들썩였다. 그들은 알고 있다. 지금 보고 만지는 가족의 얼굴이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찌 그들의 애달픈 마음을 감히 헤아리고 재단하겠는가. 만약 내가 저 아버지의 입장이 된다면, 하루아침에 목숨과도 같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향해야 한다면..
난 어떤 말을 두 딸에게 건네고 어떤 위로의 말을 아내에게 전할 것인가?
난 울음을 터뜨리는 가족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고 뒤돌아 떠날 수 있을까?
과연 난 살아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예측 불허, 오리무중.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격변기를 맞은 온 세상이 두렵다. 우리도 언제든 그들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음을 망각하면 안 된다. 잔잔한 일상을 깨뜨리는, 훈련이 아닌 실전임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가까운 방공호를 찾아 대피해야 한다면.. 과연 우리는 침착한 표정으로 몸서리치는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괜찮다며 미소를 지을 수 있을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저 감사하고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 가족이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다음 끼니를 준비할 수 있음을 당연시하는 나날이 이어졌으면..
침략자의 거친 숨결에 휘말린 우크라이나의 가혹한 운명이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아 더 이상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