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따스한 봄볕이 기분을 업시키는.. 한마디로 투표하기 딱 좋은 봄날이다.
투표장으로 가는 길은 다소 한산했지만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들떠 있다.
집에 돌아와 투표율 현황을 찾아보니 오후 4시 현재 71.1 %를 기록 중이다.
누가 승리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역대급 대선답게 투표율은 고공비행 중. 19시 30분에 확진자 투표가 종료되면 78~79% 선에서 마무리될 듯하다. 어쩌면 80% 를 넘어설 수도 있지만 어제 코로나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마당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내일 새벽 개표 작업이 끝나고 20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 들뜬 분위기는 금주 중에 정리될 것이다. 그와 함께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 또한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대급 대선 투표율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최종 투표율 80%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선거 기간 막바지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구글 트렌드로 유력 후보들의 검색량을 비교했다.
최근 7일 간 구글 웹 검색 유입량의 차이는 꽤 벌어져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대로 근소한 표 차이로 패자는 분루를 삼켜야 하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지 아니면 구글 트렌드가 보여주는 대로 유세 기간 내내 끌려가던 어느 후보가 막판 골든 크로스를 통해 통쾌한 대역전승을 일궈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7일, 유력 후보들의 구글 웹 검색 유입 비교. 국내 여론 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에 치우친 네거티브 일색의 후보보다는 각 지역 별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내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면 한다. 기나긴 코로나 판데믹을 빠져나오는 출구 전략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균형 감각을 발휘하여 실리를 챙기는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내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기득권층의 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이를 척결할 수 있는 단호함을 갖추었으면 한다. 거센 외풍에 흐날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시기다. 격랑에 휘말리는 거대한 함선의 키를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캡틴의 자질이 요구되는 중대한 지점에 우리는 다다른 것이다.
보잘것없는 한 표를 행사한 어느 민초의 원대한 소망이자 바람을 적어본다.
"아빠아! 나 몸이 이상해."
"??"
방문을 벌컥 열고 큰 딸 솔이 목이 아프다고 걱정스레 말한다.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평소보다 약간 높은 36.9 도다. 얼마 전에 같은 반 친구가 오미크론에 걸렸다는 알리미를 확인했는데, 재수 없으면 재감염될 수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괜찮을 거라고, 작년에 걸린 델타보다는 증상이 훨씬 약하다고 이번에는 무탈하게 지나갈 거라고 겁에 질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도 왠지 목구녕이 칼칼하고 한쪽 머리가 지끈지끈, 이마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동안 손 놓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진 않았으니까.. 새로운 백신을 맞았고, 전반적인 몸 컨디션을 끌어올렸으니 이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으리라. 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마냥 들뜬 마음이 한순간에 심란해졌다. 하지만 곧 다가올 개표 방송의 오프닝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당선자를 지지하는 집집마다 터지는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 혼란한 마음이 일거에 사라졌으면 한다.
만약 대세에 밀려 내가 지지한 후보가 어쩔 수 없이 패배한다 해도 부디 낙담하는 시간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의 지위에 오르든 당선인은 의지를 굳게 다지고, 한민족 한반도에 온 몸 바쳐 헌신할 것을 피로 맹세해야 한다. 그는 여러 갈래로 헝클어진 민심을 하나로 엮고 내외의 혼란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함이 풍랑을 헤치고 한 길로 나아가게 하는, 원숙한 리더십을 만천하에 떨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