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관찰기

by 라미루이




봄볕 드는 학교 운동장이 제법 분주하다.

엄마들 두엇, 교문 지나 보안관실 앞에 모여 수런거린다.

- 연호는 어때?

- 어제 새벽에 열이 39도나 올라서 해열제를 먹였는데..

- 약은 잘 들어?

- 그때뿐이더라고.. 코가 막혀서 밤새 킁킁대는 바람에 잠을 못 자서 눈이 쾡해. 근데 키트로 검사하면 음성이야. 웃기지?

- 언니도 눈 밑이 거뭇하네?

- 어이그, 말도 마. 남편도 낌새가 요상해서 집구석에 격리시켰어. 나만 남았는데 완전 포위야 포위. 어디 숨을 데도 없다니깐.. 집을 나갈 수도 없고 말이야.

- 언니도 마음 비워야겠네. 우리는 이미 휩쓸고 지나갔다우. 완전 초토화됐다가 간신히 복구 중이야.

- 고생 많았네. 몸은 괜찮은 거지?

- 응, 사나흘 목 아프고 몸살기 돌더니 은근슬쩍 물러가대. 지금은 잔기침만 남았어. 언니 조심해. 걸리면 고생이야.

- 난 집에서 마스크 벗고 있어. 차라리 다 함께 걸려서 짧게 고생하고 끝내자. 뭐 이런 거지. 이게 무슨 생고생이라니..

- 그러게, 언니. 그래도 요 고비만 넘기면 한숨 돌리지 않을까?

-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갑갑해서 살겠니. 이건 한두 달도 아니고..

엄마들의 옴짝이는 마스크 위로 떠오른 눈웃음,

푸른 하늘 복판에 낮달이 뜬 것처럼 시원하게 휘어진다.



정말 다행이다. 작년에는 낯이 마주쳐도 괜찮아? 안부 묻고 요즘 어때? 대화 나눌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스치는 눈길마저 두려워 띄엄띄엄 거리 두다가

어색하게 피하고 멀어졌는데..

보이지 않는 그림자 설마 우리 집까지 쫓아올라,

타리 넘어 야밤에 울 가족 덮칠까 무서워

아이들 수업 파하기만 기다려 운동장에서 뛰놀면 안 돼? 저기 철봉 매달리면 안 될까? 자꾸만 등 돌리고 보채는 아이 손 잡아끌어 도망치기 바빴는데..

이제라도 마스크 너머 엄마들 가쁜 숨이 트이고

말문이 터져서 다행이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뭐가 그리 좋은지

어깻부리 맞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쭈쭈, 우리 새끼 왔구나! 살가이 맞이하는 엄마들

와락 달려들어 아이들 덥석 보자기 싸안는다.

운동장 가에 솟아난 상수리나무 아래

보드란 풀섶 둥지 깔고 웅크린 도넛 길괭이

도톰한 앞발 한껏 낮추어 하암, 기지개 켜고는

도리번 도리번 고개 돌리어 눈치보다

느릿한 걸음 옮겨 지팡이 꼬리 휘돌아 살랑살랑

길 가로막 붉은 담벼락 타 넘을까 말까,

뒷꿈발 옴짝달싹 엉치살 들썩들썩

애타게 망설이고 있다.



언제쯤 학교 운동장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