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당도할 곳은 낙원 or 지옥도?

<Ozark> 시즌 3까지 보고..

by 라미루이

* 아래 글은 <Ozark> 시즌 3의 스포를 담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Ozark, 오자크.

되뇌어 볼수록 순한 소리가 아닌, 안으로 삼켜져 거슬리게 터지는 탁음이다.

차라리 우리말로 '오작'이라 짧게 소리 내면 그나마 어감이 부드럽다. 칠월 칠석날 까마귀와 까치가 어울려 수놓은, 견우와 직녀가 조우할 은하수 다리 이름이 '오작烏鵲' 였던가. 까마귀와 까치는 이질적인 존재다.

칠흑과 흑백의 대비도 그렇고 누가 진정한 길조인지 갑론을박하는 세간의 논쟁도 그들을 멀리 떼어놓는다. 실제로 그들이 인접하여 어울리는 것을 여태 본 적이 없다. 까마귀와 까치. 그들은 외따로 지내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들이 손을 잡고 연합한다는 것은 각자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무언가가 보금자리를 노릴 때뿐일지도 모른다.



미드 <Ozark>에 등장하는 다종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결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상대와 손을 잡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손에 쥔 권력을 누리고 싶어서이다. 돈 세탁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재무 컨설턴트 '마티'는 바람이 난 자신의 아내 '웬디'와 이별하지 않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다. 이들의 기묘한 동업자이자 협력자 사이는 거듭 닥쳐오는 위기 앞에서 가족 간의 사랑과 결속을 재확인하는 사이로 회귀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또한 비밀을 함구하는 방관자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마티와 웬디 그리고 두 아이들은 미주리 중부에 위치한 오자크 호수로 야반도주하다시피 거주지를 옮겼다.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중임을 맡은 마티는 자신뿐만 아니라 온 가족을 끌어들인다. 거액의 돈 냄새를 맡은 오자크 호수 주변의 정치인, 사업가, 마피아 그리고 마약상과 부랑자들까지 킁킁대며 그들 주변으로 모여든다. 탐욕이 가득한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출처를 지우고 깨끗한 돈더미로 위장하는 할당량을 못 채우거나, 얼마의 돈이라도 빼돌렸다간 눈치를 챈 카르텔의 킬러가 그들의 뒤를 밟을 테니까. 카르텔은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연좌제를 철저히 적용한다. 잘못을 저지른 개인들은 가족과 지인들이 숨이 끊어지는 참혹한 광경을 뜬눈으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마티와 웬디는 그들의 무자비한 보복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굴복시켜야 하는 상대의 약점을 노려 회유하거나 협박하고, 필요하다면 물리적인 강제력을 거리낌 없이 동원한다.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철천지원수와도 악수를 하고 얼싸안으며, 위해를 가하는 이들과는 선을 긋고 등에 칼을 꽂는다.






시즌 3에 등장한 웬디의 남동생 '벤'은 조울 증세가 도져 가족들의 비밀을 발설하고 카르텔의 권위에 도전하길 서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누구도 못 말리는 역대 최강의 민폐 캐릭터. <Ozark>는 그녀의 손에 장전된 피스톨을 쥐여주고는 이래도 그를 놔줄 거야? 순순히 살려둘 거야? 속삭이며 절벽 끝으로 몰아간다.

카르텔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길 위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돌발 행위를 일삼는 그를 바라보는 웬디의 눈빛은 더 이상 동행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와 단념, 더 나아가 그를 살려둘 수 없다는 결심을 담고 있다. 장대한 오자크 호수의 표면처럼 푸른 그녀의 눈빛은 앞으로 벌어질 비극을 암시하는 것처럼 싸늘해진다. 끝 모를 호수 아래로 헤엄쳐 들어가 그 바닥에 닿은 무언가를 본 것처럼, 그녀의 동공이 팽창하더니 눈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는 그녀. 안으로 울음을 삼키고 밖으로는 힘겹게 미소 짓는다. 누나의 배신을 눈치챈 동생이 달아나면 안 되니까.. 어떻든 그를 안심시켜야 하니까.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벤에게 5년 후의 계획을 묻는 그녀의 낯빛은 창백하고 금방이라도 오열할 것만 같다. 위태로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동생이 지금이라도 눈치를 채고, 아무도 찾지 못할 세상 끝으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은 이루어질 가망이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한 웬디는 그를 버리고 자리를 뜬다. 그녀는 가족들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 친동생을 절벽 너머로 밀어 버렸다.


동생을 바라보는 웬디의 눈빛.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토록 그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절박하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하다.

마티, 웬디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삶을 부지하려는 이들은 오자크 호수를 살아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카르텔과 FBI의 집요한 감시의 눈길에서 영영 벗어나 그들만의 낙원으로 도피할 수 있을까? 아니면 카르텔과 결탁하여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오자크 호수에 자리한 신흥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모든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내외부의 적들은 뿌리가 뽑혀, 오직 그들만이 살아남는 희망적인 서사로 흐를 수도 있겠다.


<Ozark>의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우리는 이를 즐기면 된다. 잡다한 말종 캐릭터들이 악바리 근성으로 똘똘 뭉쳐 연출하는 아귀다툼의 현장이 치가 떨리도록 생생하다.

까마귀와 까치 무리들이 떠받치는 오작교를 건너는 것처럼, <Ozark>의 모든 이들은 서로의 발목을 사슬로 엮고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는 중이다. 누군가는 그 사슬을 끊고 도망치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기도 하고, 교묘한 술책을 부려 동행자들의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살얼음판을 딛는 도중에 운이 다한 자는 빙판이 깨져 호수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질 수도 있으리라. 직전까지 웃으며 동행하던 모든 이들은 제발 살려 달라, 버둥대는 그를 냉담하게 바라볼 뿐이다. 진작에 그의 발목과 묶인 사슬을 끊어낸 이의 눈동자가 검푸르다. 홀로 고립되어 허우적대다 차가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그는 얼핏 들었다. 기분 나쁘게 귓가에서 악을 지르는 검은 새의 비명을..

끝내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호수 위를 걷고 있다. 그들은 연거푸 밀려드는 난관을 극복하고 호수 저편에 가닿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당도한 곳은 모든 족쇄가 풀려난 낙원일까? 아니면 여기보다 더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인가?


오는 4월 29일 예정된 <Ozark> 시즌 4 두 번째 파트, 대망의 피날레가 기다려진다.



휴양지로 이름 높은 오자크(Ozark) 호수


* <Ozark> 시즌 4 파트 2 공식 예고편(한글 자막)

https://youtu.be/GduIQE3a_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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