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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루이 Nov 24. 2023

제주 여행 중 유실물이 발생하다!

광고/바이럴이 아닌 저격 & 고발 글입니다.







아차, 이 드림렌즈를 놔두고 왔어! 


객실에 들어선 아내가 이제야 떠오르는 것처럼 날 바라보며 외쳤다. 우리는 서로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마주했다.

오늘 서귀포 어느 호텔에 체크인하고서야 이전에 묵었던 함덕 해변의 호텔에 유실물이 존재함을 알아차린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체크아웃하기 전에 룸 여기저기를 세세히 살폈건만 화장실 거울벽 선반 위를 체크하는 걸 깜박했다. 아내도 그 안에 자신의 렌즈 케이스와 세척액 그리고 큰 아이의 드림렌즈 한 쌍이 담긴 것을 겨우 떠올렸다. 그 드림렌즈를 맞추는 데 얼마가 들었더라. 2백만.. 대충 큰 거 두 장이었지, 아마도..



이전에 체크아웃한 호텔 이름은 '유탑유블레스호텔제주'(이하 그 호텔)이다. 내 돈 주고 예약한 호텔이고 몸소 겪은 사실을 밝히는데 호텔 이름을 감출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래 내용은 영수증 인증을 통해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에 올렸음을 밝힌다. 모름지기 글 쓰는 이는 때로는 집요하고 냉혹한 면이 있어야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사람 참 예민하고 속도 좁아, 이런 뒷담화에 악평을 들어도 무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오 넘어 퇴실한 지 세 시간 만에 서둘러 그 호텔 프런트에 연락했다. 오늘 오전까지 연박을 했던 5층의 그 룸을 뒤져 보았지만 하드렌즈를 비롯한 유실물을 찾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 체크인한 투숙객이 없어 빈방이라 했다. 혹시나 몰라 5층에서 수거한 쓰레기봉투를 뒤져 달라 했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새로 체크인 한 호텔 룸 바닥에 쭈그려 앉아, 가지고 온 캐리어들을 뒤집어엎어 모든 짐을 찾아봐도 아이 드림렌즈 포함 유실물을 찾지를 못했다. 오전에 그 호텔 따스한 변기에 앉아 큰일을 치를 때, 왼편의 거울을 본답시고 인공 눈물이며 세척액 등이 담긴 그 하얀 플라스틱 컵에 눈길이 닿았을 때.. 내가 직접 챙겨 캐리어 안에 넣었어야 했다. 아니면 아내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어떻게든 짐에 넣도록 채근해야 했는데 이를 깜박했다. 아이는 자신이 어젯밤에 드림렌즈를 끼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며 자책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네 탓이 아니라며 위로를 하고 간신히 다독였지만 나 또한 기분이 꺼림칙했다. 가족 모두에게 알 수 없는 불길함과 우울함, 모종의 죄책감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정상적인 호텔이라면 당일 체크아웃한 룸에 남겨진 모든 물품은 발견 즉시 별도 수거하여 보관하는 것이 상식이고 규정 아니던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연락했건만 유실물의 자취를 찾을 수 없음이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더라. 누군가 텅 빈 화장실에 들어왔을 때, 하얀 컵에 담긴 원통형 렌즈 케이스와 세척액 등이 눈에 띄면 투숙객 물품이라 여겨 수거 후 보관하는 것이 상식 아닐는지.. 그 호텔은 이러한 기본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 보다. 진작 퇴근한 그 호텔 5층 청소 담당자는 아무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고.. 새로 알려진 사실은 5층에서 수거한 쓰레기봉투에서 드림렌즈를 제외한 세척액과 다회용 인공 눈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른 층의 쓰레기와 뒤섞일 일은 없다 하는데.. 그렇다면 유실물을 최초 발견한 누군가 드림렌즈는 수거하고 필요 없는 나머지를 버린 게 아닐까. 드림렌즈를 타인이 습득한다 해도 아이 시력에 맞춘 거라 착용이 어렵고, 중고로 판매하기어려운데 굳이 그걸? 이런저런 의심만 늘어가고 아이의 맑은 시야를 지켜줄 드림렌즈를 찾을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과연 53x 호의 유실물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안에 숨은 진실은 저 너머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 호텔의 유실물 관리 대응은 아쉽기만 하고, 곱씹어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이의 드림렌즈는 맞춘 지 4년이 지나 새로 맞출 때가 되었다는 것이 한 줄기 위안이 될 뿐이다. 부디 함덕 해변을 바라보는 그 호텔에서 뒤늦게라도 소중한 유실물이 발견되었다고 연락이 오기를 바란다. 서귀포에 다다라 단체로 기분이 엉망이 되었지만.. 내일이면 울 가족은 마음에 쌓인 앙금을 훌훌 털고 다시 웃음을 찾을 것이다. 사소한 집착과 원망, 복수심이 뒤섞인 이 내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글쓰기가 가진 소소하지만, 어찌 보면 강력한 힘일지도 모른다.





* 모처럼의 제주 여행 기분을 치게 한 그 호텔 소개>>


그 호텔은 1박에 생맥주 한 잔을 제공하는데 셀프로 잔을 받고 카운터에 반납해야 한다. 누군가 플레이스 리뷰에 빌어먹는다는 느낌이라 적었는데.. 적확한 표현이 아닐 수없다.
떠나는 날, 함덕 해변에 그리 세찬 바람이 휘몰아 치더니.. 이런 불상사가 벌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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