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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루이 Nov 23. 2023

목장카페, 제주 말, 홀로 선 그네..






카페 안에서 맛보는 우유 아이스크림과 옥수수 컵케이크는 훌륭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우유와 생크림 맛은 풍부하고 진하다. 아이들은 서둘러 디저트를 해치우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드넓은 구릉 지대에 목장과 경마장이 펼쳐져 있다.



조랑말들에게 나무 꼬치에 달린 당근 조각은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당근 꼬치 10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로 고개를 내밀어 아이가 쥔 당근 여럿을 강탈하다시피 해치운 조랑말들은 또 다른 먹이를 찾아 앞다투어 걸음을 옮겼다.


목장카페 밭디에서는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아이들은 조심스레 말안장 위에 올라탔다. 등자의 길이를 줄여 놓았는지, 발을 걸기에 무리가 없었다. 가이드하는 분이 전동 휠에 탄 채로, 두 말을 끌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으악, 아이들은 가벼운 비명을 내지르고 말등 위에서 균형을 잡기 바쁘다. 난 앞서 달려가며 몇 장의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잠시 후, 멀리 고개 너머 오르막으로 휘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왼편으로 옮기자, 전망대가 설치된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 거대한 그네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카페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다. 나 혼자라도 발품을 팔아 그네를 타볼까 망설였지만 이내 기회는 사라졌다. 속도를 높이며 되돌아온 말들은 솔과 연을 태운 채, 내 곁을 지나쳐 원형 트랙으로 들어섰다. 난 그들을 뒤쫓아 아이들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을 건지기 위해 연신 폰 셔터를 눌렀다.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꾸 무너지는 상체를 곧게 지탱하려 안간힘을 썼다. 출발 지점에 이르러 새파랗게 어린 기수들은 안장에서 내려왔고 자신의 말과 눈을 맞추었다. 조심스레 말의 넓은 미간과 콧등을 쓰다듬고는 내게 다가왔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그들의 그림자가 부쩍 길어졌다고 느꼈다. 언젠가 아이들이 오래 길들이고 조련한, 듬직하고 노련한 야생마를 타고 미지의 영토로 떠난다고 해도 난 그들을 만류하거나 붙잡지는 못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영영 비좁은 집안에 가두고 품 안에 감싸 앞길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그저 말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저 언덕에 홀로 선, 세찬 바람에 삐걱이는 낡은 그네처럼.. 긴 여행과 모험, 방랑에 지친 아이들이 찾아와 우묵한 가죽 안장에 몸을 기대기를 바랄 수밖에. 그네 줄을 부여잡고 앞뒤로 몸을 흔들다, 폭을 넓히는 반동에 추진력을 얻어 푸른 창공을 향해 다시 솟구치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구심점, 그 자리를 굳게 지킬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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