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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루이 Dec 19. 2023

싱크대 하부 배수관, DIY 수리하다!









어느 날부터 싱크대 아래 수납장 문을 열면 퀴퀴한 음식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대체 어디가 원인일까? 홈통으로부터 여러 갈래로 뻗은 배수관을 살피다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기를 여러 번..



최근에 돼지 목살을 구워 식탁에 자주 올렸는데, 조리한 프라이팬이나 그릇을 설거지하고 나면 어김없이 배수 상태가 불량해지더군요. 물 내려가는 게 시원찮고 배수구 아래서 조르르, 졸졸..  장쾌하게 흐르지 못하고 부대끼는 소리가 나길래 뚫어 뻥 액도 부어주고 했는데 효과가 별로였어요. 귀찮아서 방치하는 사이 점점 물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개수대 위로 차오르는 허드렛물의 수위가 높아집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요.

이러다가 배수관 어느 부위가 꽉 막혀서 물이 한강물처럼 차오르면, 전문 업체를 불러 회전하는 쇠갈퀴를 들이밀어 뚫어버리는 수밖에 없거든요. 이들 업체를 부르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엔 전문 기기 사용 시 30 넘게 부른다는 얘기도 있어요.





개수대 아래 여닫이문을 열어 그 안을 자세히 살핍니다. 홈통 왼쪽으로 L자형으로 뻗은 주름관 한쪽 끝이 개수대 측면 배수 홀과 체결되지 않고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아무래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축, 이완을 반복하면서 주름관의 길이가 대폭 짧아진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홈통과 연결된 주름관을 비틀어 해체하니 걸걸한, 싯누런 물이 쏟아지면서 오물 냄새가 진동합니다. 살살 들어보니 뭐가 가득 담겼는지 그 무게가 묵직합니다. 관 내부를 들여다보니 어두컴컴합니다. 반대쪽 출구가 보이지 않아요. 네, 맞아요. 빈틈없이 꽉 막혔습니다. 주름관 한쪽 끝을 세워 물을 흘려보내니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 넘쳐흐릅니다. 역류하는 거지요. 개수대 측면에 대고 아래 끝을 툭툭, 세게 쳤더니 글쎄.. 거뭇하고 누리끼리한 기름 뭉치며 오물 덩어리가 툭툭 떨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장면은 여러분들 비위가 상할까 봐, 차마 이미지로 남기지 못하고 제 기억에 의존해 글로 남깁니다. 차마 떠올리기도 싫은, 역겨운 기억이에요.


 




어이쿠야. 한쪽 머리가 지끈지끈.. 뭔가가 관자놀이를 내리누르고 압박하네요. 그간 싱크대 아래에서 진동하던 음식 썩은 내의 주범은 바로 이 배수관이었습니다. 신품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이 관을 활용해야 하기에 욕실 샤워기를 세게 틀어 내부를 청소해 줍니다. 욕조 바닥이 금세 꺼멓게 물들고 쉰내와 시큼 내 누린내 등등. 온갖 잡스러고 구린 냄새가 가득합니다. 아무래도 배수 상태가 불량하다 보니 설거지물이 정체되어 옆길로 빠지면서 음식 찌꺼기와 기름 덩어리가 호스 안에 엉겨 뭉친 게 아닌가 싶어요. 거의 10년 넘게 묵은, 썩은 해골물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습니다. 제가 비위가 좋은 편인데도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우웩, 헛구역질도 연발 터지고.. 섬뜩하지만 송장 썩는 냄새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문제의 주름관 내부를 대 청소하고 홈통에 다시 연결했어요. 더러워진 욕조와 화장실 바닥을 락스 거품을 부어 청소하느라 진땀을 뺐네요. 이대로 거실 소파에 쓰러져 눕고 싶었지만.. 바로 쇼핑몰을 뒤져 배수관 2미터와 틈새를 메꿔 준다는 퍼티를 주문했어요.




이틀 만에 필요한 물품이 도착했어요. 택배 기사님들이 큰일 해주셨어요.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빠르고 정확하게, 안전한 배송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백색 주름관 2미터를 받아 드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네요. 부드럽게 잘 구부러지고 내구성도 튼튼한 거 같아요. 물론 실환경에 장착하여 사용해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겠지요. 물때가 잔뜩 낀 이전 L자형 관을 조심스레 탈착하여 신품과 위아래로 맞대어 길이를 대강 재단해요. 교체품은 당연히 길이를 더 길게 하여 주방 가위로 싹둑 잘라 줍니다. 홈통과 개수대 측면 배수 홈 사이를 연결한 후 물이 잘 흐르도록 형태를 잡아 줍니다. 물이 호스 어딘가에 고여 정체되지 않도록, 위에서 아래로 완만히 경사지도록 배수 라인을 잡아줘야 해요.


1차 연결 사진, L자 굽어진 부분에서 물이 정체될 거 같아 라인을 짧게 잘라 다시 연결했어요.


전 위 사진에서 보이는 배수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양 끝단의 하얀 퍼티를 제거하고 길이를 짧게 단축시켜 재연결했어요. 아래 사진처럼요. 만약 정체된다면 개수대 측면 배수구에 물이나 세정액을 쏟아부어 고인 이물질을 세척할 예정이랍니다.


2차 작업 사진, 100% 완벽하진 않지만 배수 라인이 위아래로 완만하게 경사지도록 재연결했어요.
개수대 측면 홀에 물이나 세정액을 쏟아부으면 새로 연결한 주름관에 고인 이물질을 흘려보내거나 녹일 수 있어요.


주름관과 함께 주문한 퍼티가 꽤 쓸만해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찰흙과 비슷한 질감인데, 장기간 실온에 방치해도 잘 굳지 않는다 해요. 저는 이왕 작업하는 김에 다른 배수관의 틈새를 보강하고 메꾸기로 했어요. 홈통과 Y자형 연결관과 배수관 사이사이 틈새를 회색 퍼티로 메워 줬어요. 퍼티가 매끄럽게 잘 늘어지고 펴지는 재질인 데다, 플라스틱 표면에 잘 부착되기 때문에 작업은 어렵지 않았어요. 꼼꼼히 틈새를 메우고 매끈하게 마감을 해주고는 뒷정리를 합니다. 주름관 2미터와 퍼티를 주문하는데 배송비까지 만원 남짓 들었어요. 재단하고 남은 여분의 관은 나중에 다른 배수관을 교체할 때 이용해야겠습니다.


주름관에 묻은 지난 배수 역류의 흔적들. 주름 사이사이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교체 시기가 되면 새 주름관으로 바꾸려 한다.



업체나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 제 힘으로 주방 배수관을 수리하니 보람도 있고 뿌듯하기도 하고 비용도 절약되고.. 이래저래 만족합니다. 아파트든 빌라든 단독 주택이든 배수가 잘 돼야 집을 튼튼하게 오래 쓸 수 있겠지요. 배수에 문제 생기면, 자칫하면 아랫집에도 피해 생기고 수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제 경험 상 돼지기름.. 이거 조심해야 돼요. 삼겹살이나 목살 등을 요리한 다음에는 기름 뒤처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뜨거운 돼지기름이 배수구를 지나 조금만 냉각되면, 바로 허옇고 진득한 고체로 응고되어 관 내부에 엉겨 붙어요. 조리가 끝난 다량의 돼지기름을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싱크대나 양변기, 하수구에 부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골물과 X물이 뒤섞여 역류하고, 위로 차오르는 최악의 재난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프라이팬이나 에어 프라이어, 그릇 등에 남은 돼지기름은 반드시 키친타월로 최대한 닦아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요. 꼭 명심하시길!


이상 라미루이의 좌충우돌, 싱크대 배수관 자가 DIY 수리 후기였어요!



작업을 마치고 남은 주름관. 나중을 위해 창고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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