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부터 집 청소라는 막중한 역할을 떠안았던 엘지 유선 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제습기처럼 모터 달린 전자제품은 엘지가 최고라는 옛 명성답게.. 2010년 봄부터 장장 13년 넘는 세월 동안 큰 고장 없이 버틴 녀석이다. 오늘 방 청소를 하려고 전원을 연결하는 순간 위잉, 하더니 숨이 멎었다. 미동도 없이 영영 침묵이다.
아무래도 전원부 모터 고장인 듯싶은데.. AS를 맡기려다가 노회한 녀석을 혹사시키는 건 도리가 아니다 싶어 보내주기로 했다. 내부에 가득 찬 먼지며 머리칼 뭉치를 비우고 청소를 깨끗이 한 후에 작별을 고했다.
녀석아. 그동안 울 가족들 생활하는 공간 구석구석 먼지를 빨아들이고 청결을 책임지느라 수고 많았다. 누군가의 품에서 기사회생하면 좋으련만.. 연이 닿을지는 모르겠구나..
바이바이! 엘지 싸이킹 500W..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바닥 청소할 수 있었어.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젠 편히 쉬려무나..
이후 청소기 없이 바짝 엎드려서는.. 집안 바닥을 돌돌이 만으로 청소하다가 진이 빠져 눈앞이 어지럽더라.허리, 무릎을펼 새도 없이 중노동인데..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대체.. 청소기가 없던 긴 시절을 어떻게 버티신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