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미루이 Feb 10. 2024

십 년 묵은 싱크대 수전을 DIY 교체했다!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브런치 모든 작가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랄게요!




설을 맞아 본가와 처가 등을 순회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린 설음식을 든든히 먹어서인지 기운이 나네요. 몇 달 전부터 싱크대 수전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본체가 기우뚱해요. 레버를 잠가도 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게 은근 신경 쓰이더군요. 밤에 소리가 더 울리는 거 같고, 방치하면 왠지 집안에서 돈 새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헤드를 교체했지만 소용없었고, 레버 안의 카트리지도 갈아볼까 했지만 육각 렌치로 볼트를 풀어도 너무 낡아서인지 해체가 안 돼요. 결국 수전 전체를 통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부품을 구매했어요. 발품을 팔아보니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더군요. 공구는 멍키 스패너가 필요한데, 수조 아래 공간이 협소해서 미니미 버전으로 구했답니다.  


싱크대 수전 교체를 위한 준비 끝! 멍키 스패너는 미니 사이즈가 딱입니다.


일단 호스 색깔, 레버 위치 등을 기억하기 위해 이전 설치 라인을 사진 찍어두고요. 온수는 빨간색 라인, 냉수는 파란색이겠죠. 당연히 교체하려면 온수, 냉수가 나오지 않아야겠지요. 나비 모양 밸브를 90도 돌려 물 흐름을 차단합니다.





전 수전 교체가 처음이라 만약을 위해 양수기함을 찾아 수도 계량기와 연결된 수도꼭지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 상수 공급을 막아줍니다. 네 바퀴 정도 돌리니 꽉 잠가지더군요. 처음 양수기함을 열어 봤는데, 스티로폼 박스로 감싸져 있는 게 어릴 적 단독 주택에서 거주할 때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당시에는 바깥마당에 노출된 타원형 플라스틱 뚜껑을 열면 그 아래 계량기와 상수관이 숨어 있었지요. 한겨울 동파를 막기 위해 따듯한 옷가지나 스티로폼을 잔뜩 품어 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해요. 그럼에도 가끔 한파가 닥칠 때면 수도관이 꽁꽁 얼어붙어 동네 철물점이나 배관공 아저씨를 부르곤 하는 집이 있었어요. 자, 추억 팔이는 그만하고 현재에 집중해야지요. 양수기함을 열어본 김에 스티로폼도 없이 휑하다면 안 입는 헌 옷가지나 두터운 외투를 든든히 넣어줍시다. 그래야 동파 걱정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어요.




양수기함 열어본 김에 수도관이나 계량기 상태를 점검합니다. 동파 대비도 철저히 해주고요.


이제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가 보죠. 냉/온수 호스와 연결된 너트를 멍키 스패너로 풀어줍니다. 시계 반대 방향이 풀어주고 여는 방향인 거 아시죠. 시계 방향은 조이거나 잠그는 방향입니다. 필히 기억하시길..


고인 물이 흐른다면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혼합 호스에 체결된 무게 추를 떼어냅니다. U자형 혼합 호스를 연결한 너트도 적절한 방향으로 돌려서 호스를 서로 분리합니다. 라인 정리를 대강해 주고 싱크대 하단의 너트나 브래킷을 끝까지 돌려 라인 아래로 뽑아냅니다. 십 년 이상 묵은 오래된 구형 수전은 녹슬거나 경화돼서 해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절대 힘으로 하지 마시고(누수/파손 사고 납니다), 살살 달래서 해체하시되 영 어렵다 하면 가까운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싱크대 수조 하단의 부품들이 해체가 끝났다면, 상단의 수전을 들어 올려서 라인을 뽑아내 마무리합니다.


십 년 이상 음식 준비, 설거지, 아이들 세수/양치질 등을 도왔을 수전의 마지막 모습.. 그동안 수고 많았다!


기운 보충을 위해 진한 커피 두세 모금 마시고 새로운 수전을 설치해 봅시다. 설치는 해체와 반대로 싱크대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작업합니다. 혼합 호스가 연결이 되어 있다면 너트를 풀어서 길게 늘어뜨려 줍니다. 본체에 원형 방수 스펀지를 넣어준 후, 네 가닥 라인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싱크대 구멍에 차례로 넣어줘요. 허리를 굽혀 아래를 봅시다.




고무 오링, 삼각대, 브래킷 너트 순으로 네 라인을 통과시켜 위로 올려줍니다. 호스 라인은 구멍에 하나씩 넣어야 설치가 쉬워요. 다음엔 상단에서 수전의 위치를 잡고 바로 고정하면서, 브래킷을 잠금 방향으로 돌려 단단히 고정해 줍니다. 호스가 꼬이지 않도록 정렬시키고, 혼합 호스의 너트를 체결해 U자형 라인으로 잡아준 후 무게 추를 매달아 줍니다. 혼합 호스가 냉/온수가 섞여 물이 나오는 라인인데, 수전 헤드를 잡아당긴 후 원래 위치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무게 추를 달아 줘요. 때문에 무게 추 위치는 U자 호스의 제일 밑선에서 헤드와 연결된 라인 쪽으로 15~20cm 상단에 달아주는 게 좋습니다. 각자의 싱크대 환경이 있으니 수전 헤드를 당겼다가 원래 위치로 밀어 넣었다 하면서 최적의 위치를 찾는 게 좋겠네요.


혼합 호스 무게추는 수전 헤드를 움직이면서 원복이 가장 잘 되는, 적절한 결합 위치를 찾아야 해요.


마지막 중요한 작업이 남았어요. 냉/온수 호스를 연결해야지요. 레드 라인이 온수, 블루 라인이 냉수입니다. 너트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 체결하는데 멍키 스패너를 사용하다가 호스 라인이 꼬여 손상되지 않도록 힘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너트 상단 호스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잡거나 첼라로 고정한 후, 너트를 조금씩 조이면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튼튼히 체결합니다.


온수와 냉수 호스 체결.. 내부 공간이 협소해서 선 정리에 애를 먹었다.



자, 이제 교체가 끝났다면 이상 없는지 테스트를 해야지요. 양수기함을 열어 물 공급을 하고, 나비 밸브를 열어줍니다. 새로 설치한 수전의 레버를 열어 냉온수가 잘 나오는지 확인해요. 레버를 잠그고 물이 똑똑, 떨어지지는 않는지도 살핍니다. 더불어 하부의 호스 라인과 너트 체결 부위에서 누수가 발생하는지 지켜봐요. 싱크대 하단 공간이 따뜻하면 냉수 라인 전체에 이슬이 맺히는 경우가 있는데, 일종의 결로 현상입니다. 안심해도 돼요. 대신 특정 연결/손상 부위에서 물이 흐른다? 이건 문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 수도 배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수 있겠네요.




이제 수전 끝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푼돈 는 듯한 낙수 소리도 안 들리고 속이 시원합니다. 주방과 싱크대가 반짝반짝, 새집처럼 빛이 나고 환해졌어요. 저렴한 비용으로 싱크대 수전 DIY 자가 교체를 잘 마무리한 거 같아 대만족이네요! 의미 있고 보람찬 설날을 보낸 거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설날 맞이 싱크대 수전 자가 교체 대성공!
낡은 구형 수전 부품들은 정리하여 재활용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도에서 바라본 해돋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