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센노유, 쿠로다마고
2010.12.27
하코네 화산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타지에서 여행 온 일본인들도 적지 않은 수였다.
하코네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멀리 후지산이 보였다.
일본 고전영화 오프닝에 자주 등장하는 눈 덮인 설산의 실루엣.
후지산은 직접 오르기보다는 멀리서 바라볼 때 진가를 발휘하는 산이라더니..
맞는 말이었다.
'오와쿠다니 역'에 내리니 매캐한, 달걀 썩는 유황 냄새가 온 천지에 진동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코를 막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희뿌연 화산 가스가 지상으로 분출하는 곳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사진을 찍고는 분출구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려 한다.
선과 나 또한 정상으로 향하면서 틈틈이 여러 사진을 찍었다.
이전에 친구와 여행을 오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곳에 언제 다시 올까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곳을
빠른 걸음으로 둘러보려 했다.
다음 해 2011년 3월,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이 열도를 뒤흔들면서
지금껏 일본 땅에 발을 딛지 못했으니..
언제쯤 하코네의 유황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언제든 하코네를 재차 찾는다면 '검은 달걀(쿠로다마고)'를 원 없이 해치우리라.
마른 목이 단단히 막혀 켁켁대는 한이 있더라도..
쿠로다마고는 80도가 넘는 온천물에 삶은 달걀인데, 흰자 부위의 탄력이 넘치는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검은 달걀 1개를 먹으면 수명이 자그마치 7년 늘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2010년 12월 27일, 그때 우리는 달걀 몇 개를 해치웠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꾸역꾸역 퍽퍽한 노른자를 삼키다 목이 막혀서 켁켁, 사레가 들릴 뻔한 것은 흐릿하게 떠오른다.
2010년 겨울과 다름없는 건강한 심신으로 다시 하코네 마치와 화산 지대를 탐험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자 염원이다.
https://maps.app.goo.gl/xZ9AUYiYxWN5ffFV9
https://maps.app.goo.gl/YRTpsD55JfDhcyv49
#하코네여행 #하코네마치 #화산지대 #오와쿠다니 #유황온천 #볼케이노 #로프웨이 #쿠로다마고 #일본여행 #도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