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마치/야마테 지구, 코스모 월드, 레드 브릭 웨어하우스..
2010.12.28
가나가와현 최대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들렀다.
시부야 역에서 '미도리 스시'에 들러 스시 세트로 점심을 해결했다.
��https://maps.app.goo.gl/bpBYUqcKjFgjfy2J9
요코하마의 지리적 위치는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 수원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항구 도시라는 측면에서 서울을 도쿄라 생각하면 인천과 비슷한 위상이라 볼 수 있다.
1859년 개항 이후, 요코하마는 많은 유럽인들이 거주했다. '모토마치・야마테 지구'는 개항 시대의 유럽 문화가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지역으로 역사적 유산과 세련된 쇼핑 거리, 아름다운 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영국, 프랑스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국적인 분수대와 수령이 100년은 됨직한, 풍성한 가로수들이 눈길을 끈다. 길가에 만개한 프렌치 로즈는 여유로이 산책하는 여인의 치마폭처럼 화사해서 걸음을 멈춰 향기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노변의 어느 카페를 고르더라도 수준급의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오가면서 마주치는 애완 묘견들은 하나같이 상냥하고 젠틀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선은 어릴 적 성난 개에게 쫓기고 물린 경험이 있어 동물들을 무서워했다. 기겁하고 쩔쩔매면서 내 뒤에 숨길래 나 또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앞으로 우리 공간에 반려 묘견들이 함께 하는 공동생활은 어렵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중도에 마주친 외국인 묘지는 싱싱한 화환이 놓여 있고, 깨끗이 정비되어 있어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보였다.
묘비들은 제각기 안타까운 사연이 깃들었고, 곁의 누군가 흘린 눈물이 배어 있다.
우리는 어느 묘비 앞에 서서 성호를 그어 명복을 빌고는 앞으로의 긴 여정에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빌었다.
https://maps.app.goo.gl/j9JW1n2wQXRbtP6fA
영화에 나옴직한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긴다. 에리스만 저택(Ehrismann Residence)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 안토니오 레이먼드가 1926년 설계하고 건축했다. 요코하마에서 면직물 사업을 하던 스위스인 '프리츠 에리스만'이 거주했다고 한다. 모던한 느낌의 실내를 거닐다가 안락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숨을 돌렸다.
https://maps.app.goo.gl/njKYSw9Su1eMMDBm9
모토마치/야마테 지구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요코하마 항의 풍광을 조망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세찬 해풍을 직격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우리가 들른 날은 하늘이 심술을 부리지 않아 산발한 머리채로 다니지 않을 수 있었다. 주간이 아닌 야간에 대저택 옥상에 오른다면 광활하게 펼쳐진, 근사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요코하마 중심가에서 저녁을 해결하려는데, 워낙 맛집들이 즐비하여 선택 장애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고민하다가 가츠산도를 주메뉴로 하는 'Cafe Katsu'의 계단을 올랐다.
선택은 탁월했다. 돈가스는 겉바속촉의 극한을 추구했고, 신선한 샐러드와 스위트한 양갱, 샤벳을 곁들인 디저트 또한 훌륭했다. 잘 구운 토스트에 돈가스와 샐러드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맛보는 '가츠산도'는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이었다. 비록 'Cafe Katsu'는 세월의 파도에 밀려 사라졌지만, 혀에 남은 맛만큼은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항이 그렇듯.. 요코하마 또한 밤이 되면 새롭게 태어나는 항구 도시다. 오색찬란한 조명이 수놓는 아이스링크 위를 스케이팅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밤을 꼬박 지새울 것처럼 활기 넘쳤다. 얼음을 지치는 실력이 미숙한 몇몇 아이들은 연신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아무도 집에 가자고 조르지 않았다. 선과 난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손을 맞잡았다. 언젠가 우리가 아이들을 낳아 기른다면.. 저들처럼 함께 빙판에서 뒹굴고 해맑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겠지. 서로 내색은 안 했지만 마음은 통했고, 지금 솔과 연은 무럭무럭 자라 그 꿈을 이뤄 주었다.
서울 시청 앞 아이스링크에서 인파에 뒤섞여 천천히 스케이팅을 하는 아이들에게 "조심해!"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 때면 2010년 연말, 요코하마의 그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요코하마 코스모 월드, 붉은 벽돌창고(레드 브릭 웨어하우스)의 사진들은 몇 장 남아있지 않다. 다양한 굿즈, 푸드, 기념품 매장 & 전시회가 진행되었던 두 공간은 온갖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넘치는 곳이었다. 정말 돈이 넘치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무한정 머물러도 될 만큼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폐쇄된 공간에서 우리는 점점 공허해졌고, 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끝없이 진열된 상품들과 눈부신 조명들은 어서 지갑을 열어 소비하라고 재촉했지만, 반대로 우리는 눈을 감았고 발길을 돌렸다. 처음에는 연신 셔터를 눌러 카메라에 매장과 매대의 풍경을 담았지만, 점차 빈도가 줄었고 종국에는 눈에 담기에도 피곤할 지경이었다. 그날의 사진들이 디카 메모리 카드 에러로 인해 대부분 유실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리 가슴 아프지 않은 이유는..
우리에게는 무의미하고 공허했던 말초적인 소비욕 자극, 눈을 어지럽히는 조악한 팬시상품의 나열/판촉, 여행자의 열정을 식게 하고 기력을 소진케 하는 상업 자본주의의 발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https://maps.app.goo.gl/5nE7hxFPYw7YA31UA
https://maps.app.goo.gl/ws2hnD2hhRFN2kUJ7
요코하마의 밤은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잘 어울렸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그야말로 불야성인 미항 도시.
그 옛날 유럽인들이 목숨을 걸고 항해하던 흑선이 이곳에 다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개방의 광풍을 고대하던 수많은 희미한 불티들이 서구의 개척자들을 이끌었으리라.
화려하고 눈부시지만 금세 스러지는 섬광처럼.. 눈에 잘 담아놓고 새겨놓지 않으면 쉽게 사라지는, 요코하마는 예나 지금이나 하룻밤 꿈과 같은, 일장춘몽을 닮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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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nK5TYbCKw4?si=Z7D7l-TnKYaKaw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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