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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치요다 구, 이세겐, 지유가오카, 메구로 강변

휴이트 카페, 라 비타 쇼핑몰, 진보초 거리..

by 라미루이

2010.12.29











도쿄 치요다 구 거리를 걸어본다. 일본 천황이 거주하는 황거, 일본 최대 금융지구 마루노우치, 오타쿠/얼리어댑터들의 성지 아키하바라, 도쿄 돔 등이 위치한 곳이다.



거리를 걷다가 투명 진열장에 자리한, 얼음을 입안에 가득 머금은 아귀가 인상적인 식당에서 사진을 남겼다.

겉모습은 악귀와 다름없지만 그 맛은 천하일미인 진귀한 생선 되겠다.

1830년에 창업한 아귀 나베 전문 식당 '이세겐'. 비록 일정 상 들르진 못했지만 다음엔 꼭 들러서 아귀 나베와 아귀 간 요리, 아귀 튀김을 맛보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https://maps.app.goo.gl/5tJEGwkyuC8KFz8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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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걷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져서 근처의 디저트 전문점에 머물렀다. 곱게 간 팥앙금, 당에 절인 단감 등을 곁들인 후식이 그렇게나 달콤할 수 없었다. 감질나는 양이라 아껴서 먹고는 선 앞에 놓인 것을 탐내자 선뜻 단감 한쪽을 덜어주던 것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런 식탐을 부렸다가는 욕심 좀 줄이라며, 혈당 관리 하라며.. 내 앞에 놓인 것마저 아이들에게 내놓으라 엄포를 놓을 것이 뻔하리라. 곧게 뻗은 나무 창살 너머로 한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흐드러지게 붉은 꽃을 피운 동백나무가 흔들리는 것이 운치가 넘쳤다. 난 어디든 만개한 꽃이 보일 때마다 그것을 뒷배경 삼아 선의 활짝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여기에 그 사진들을 실지는 않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우리 모두에게 그 시절은 '화양연화'의 시기였고, 다시 돌아가지 못할 찬란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망각으로부터 보호하고 최대한 오래, 영원에 가깝게 보존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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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시가지는 서울과 비슷한 면이 많지만, 클랙슨 소리가 자주 들리지 않아서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색무취이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여간해서는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다. 무인양품과 여러 숍들을 구경하다가 메구로 강변을 따라 걸었다. '휴이트 Huit'라는 평이 좋은 카페를 찾다가 건너편 강둑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음을 깨달았다. 다시 거슬러 올라 다리를 건너 유턴하니 바로 카페 간판이 보인다. 이 카페는 프랑스식 브런치와 푸딩, 커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얼어붙을 듯한 추위를 녹이고 지친 두 다리에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부여했다.


1시간 가까이 머무르다 밖으로 나오니 사위는 벌써 어둑해졌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더 빨리 지나간다. 시간의 흐름은 공평하다지만 낯선 이국의 공간에서 잠시 한눈을 팔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거리는 한적해진다. 강변에 도열한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자 우리는 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을 실감하며, 어느 한 곳이라도 더 눈에 담고 흔적을 남기고 추억을 새기기 위해 보폭을 넓혔다. 유유자적 느리게 여유를 부리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젊었고,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닮은 꼴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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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미식가를 위한 천국이었다. 장인 정신이 내재된 일본인의 기질 탓인지, 노포의 내부와 메뉴는 정갈했고 다양한 맛이 존재했다. 물론 가격만 비싸고 퀄리티는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몇몇 라멘 전문식당은 간이 너무 세고 돼지 누린내를 제대로 잡지 못해 국물을 맛보기 힘든 곳이 있었다. 차라리 곳곳에 위치한 대형 편의점에서 매콤한 컵라면을 사 먹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후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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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진보초 거리, 지유가오카,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어설피 재현한 라 비타 쇼핑몰, 메구로 강 등등..


자주 허기가 지는 바람에 간식, 디저트까지 합하면 5끼 넘게 해치운 듯싶다. 우리는 정말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바삐 걸었다. 적어도 3만 보는 걸었을 테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만한 열의로 이국의 거리를 헤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분명 체력은 떨어지고 관절은 약해졌지만 호기심, 열정만큼은 더 커졌다. 어디든 여행만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잠을 줄여가면서 거리 곳곳을 누빌 자신이 있다.

그러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시간과 여유자금 그리고 건강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더하여 천운 즉 하늘이 도와야 함을 깨닫고 있다.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국의 땅을 밟기 위해서는 하늘의 도움이 절실하다. 진정 환갑 이후에도 자유로이 장기 여행을 다니는 분들은 하늘의 복을 타고난 분들이다. 현생의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열의, 전생의 겹겹 쌓인 복덕이 불러온, 노회하고 강건한 방랑자들이여. 그들이 남긴 희미한 발걸음을 따라 걷고 싶은 바람을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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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유서 깊은 소바 집 '간다 야부소바'. 음식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긴 대기 줄에 질려 입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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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 텐푸라 전문식당 '天婦羅 いもや (텐푸라 이모야)'. 진보초 거리를 걷다가 들러 튀김 덮밥을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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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홍차 전문점 'Karel Capek'. 여기서 구매한 아기자기한 접시가 아직 남아있다. 군데군데 이가 빠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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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베이커리 '블랑제리 아사노야' 지유가오카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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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어설피 흉내낸 지유가오카 라 비타 쇼핑몰의 풍경.




어느새 또 하루가 저물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걷고 싶었지만 내일 또 강행군을 해야 하기에 걸음을 멈추었다. 도쿄의 밤거리는 여전히 불야성이었고, 네온사인 간판은 요란하게 깜박였다. 느린 걸음으로 숙소 문을 열어 침대에 쓰러지듯이 눕고는 얼마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피곤에 휩싸였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서야 겨우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껴 맥주를 벌컥 마시고는 멍하니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흐릿한 꿈을 꾸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아 개꿈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가만히 누워 눈을 감은 채 꿈나라를 정처 없이 헤매었을 뿐인데, 야심한 밤을 틈타 시간은 무심히 흘러 버리니,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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