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과 마법의 왕국, 도쿄 디즈니랜드

2010년 섣달그믐

by 라미루이

2010년 마지막 날..













2010년 마지막 날은 이른 아침, '도쿄 디즈니랜드'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것으로 시작했다.

실제 위치한 곳은 치바현 우라야스시. 다소 추운 날씨에도 기다리는 이들은 미키마우스 헤어밴드에 다양한 코스튬을 착용했다. 아이들은 디즈니 캐릭터들이 그려진 대형 풍선을 둥실둥실 떠올리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티켓 확인이 시작되자 인파는 구름처럼 몰려들어 각자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진다.

선은 난이도가 쉬운 어트랙션부터 공략하길 원했고, 나 또한 동의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하늘은 티 없이 푸르렀다.






수십 개의 어트랙션을 즐기려면 시간이 촉박할 수 있어 우리는 전체 지도를 들고 바삐 움직였다. 끼니는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핫바, 핫도그 등 간식과 와플 전문점에서 해결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미국 올랜도 매직 킹덤의 어트랙션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명성 그대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었다. 스플래시/스페이스 마운틴, 빅 선더 마운틴, 헌티드 맨션 등 스릴 넘치는 유명 어트랙션 앞에는 기다란 대기 줄이 늘어서 있다. 정글 크루즈, 앨리스의 티파티, 잇츠 어 스몰 월드, 각종 미니 롤러코스터 등 아이들이 즐길 만한 아기자기한 놀이 기구도 지천에 깔려 있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 퍼레이드는 성인들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천진난만한 동심에 젖게 한다. 가족 동반으로 온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아이들은 좀체 방전되지 않는 무한 체력으로 엄마, 아빠들을 기진맥진하게 했다. 넌지시 깨달았다. 아이들과 종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모름지기 본인의 체력과 멘털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것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피지컬과 기복이 없는 단단한 멘털을 요구한다는 것을..



스테디한 인기 몰이 중인 '잇츠 어 스몰 월드' 공연. 수상 보트를 타고 이쁘장한 인형들이 펼치는 온갖 퍼포먼스 공연을 감상한다.



선은 내향적인 성격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야외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꺼려 하지만, 떠들썩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상황은 꽤나 익숙했다. 그녀는 여간해선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어릴 적에는 겁이 많고 눈물이 많았지만 자라면서 차분하고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성격으로 성장한 듯싶다. 어른이 되어서도 고소공포증에 어둠을 싫어하는, 예민하고 화가 많고 조울증에 가까운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선을 보유한 나의 단점을 커버해 주는 이상적인 배우자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노곤함을 느낄 새도 없이 디즈니랜드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지치고 멍해질 때면 근처 매점을 찾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당과 카페인을 긴급 수혈하곤 했다. 어둠이 내리자 곳곳에 조명이 켜졌고, 광량이 줄어든 탓인지 이후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초점이 안 맞고 흔들린 사진이 태반이다. 어쩌면 도파민 과다에 흥분한 탓에 디카를 쥔 손이 흔들렸는지도 모르겠다.



폐장을 알리는 시그널 송이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했던 출구로 향한다. 빵빵했던 하트 풍선은 바람이 빠져 쭈글 해졌고, 누군가는 터트리거나 세찬 겨울바람에 멀리 날려 보내기도 했다. 누구나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대여섯 살 사내아이를 목말 태운 어느 아빠는 의기양양하게 정문으로 빠져나왔다. 그 아이는 아빠의 수북한 머리칼을 움켜쥐고, 듬직한 어깨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막판 지옥의 불구덩이 체력전에서 최종 승리한 극강의 아빠라니.. 실로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우리는 일정 상 미처 가보지 못한 옆 동네 '디즈니 씨'를 꼭 가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아직까지 연이 닿지 못해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 정복하고 말리라!)




디즈니 뿐만 아니라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등 픽사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총출동 퍼레이드한다.



미키마우스 모양 와플.. 가격은 비싼데 비해 맛은 그저 그렇다.




십 년 후 우리는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두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 테마파크에서 종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인내심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으니. 이런저런 사연, 에피소드가 많은 2019년 홍콩 가족 여행기는 기회가 되면 정리하여 포스팅할 예정이다.













https://maps.app.goo.gl/x1DZcRAowbPA6sAt9


https://maps.app.goo.gl/cD1jSSHzGUJSN28ZA






#도쿄디즈니랜드 #디즈니씨 #어트랙션 #일본여행 #도쿄여행 #패스포트 #테마파크 #디즈니리조트 #스플래시마운틴 #헌티드맨션 #코스프레 #미키마우스 #디즈니픽사 #토이스토리 #월드바자 #어드벤처랜드 #웨스턴랜드 #크리터컨트리 #판타지랜드 #툰타운 #투모로우랜드 #퍼레이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