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접은 접시 위에 달의 조각들이 놓여 있다
시원함은 손바닥에 새겨진 지도처럼 미끄러지고
밤하늘은 아무 말 없이 등불을 밝힌다
계곡물은 간밤의 비를 빌려 목소리를 높인다
폭포의 입술처럼 혀를 벌리며 돌들을 속삭인다
물은 기억을 씻지 않고 오히려 더듬어 새긴다
그 소리는 내 발밑에서 탁본을 뜨는 소리처럼 선명하다
계곡 중턱에 간이 의자 셋 놓였지
의자 다리는 불어난 계곡물에 잠겨 아우성쳤어
붉은 플라스틱 등받이는 가볍게 별이 되고
세 명의 여자는 둥글게 놓인 의자들을 원심으로 돌렸다
그들이 흘린 웃음은 맥주 거품처럼 잔 가장자리에 맺힌다
여자들의 대화는 서로의 접합선에서 불꽃을 빼내는 장인이라
하나가 웃으면 다른 둘이 거울을 무심코 닦듯 답하고
그들 사이의 간격은 가벼운 목 넘김으로 채워진다
난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흔들리는 그림자를 접어 보냈다
어둠을 헤치고 오리 한 마리 다가왔다
오리는 수면 위를 닦으며 걸음을 놓았다
그 순간 여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떨리는 반동은 계곡의 등고선을 바꾸어놓았다
오리는 알았다, 사람이 만든 모든 소리는 예측 불가라는 것을
오리는 깨달았다, 물에 잠긴 빈 의자들이 추락한 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리는 떠오른다, 비릿한 맥주 거품은 때때로 고향을 부르는 부표라는 것을..
난 관찰자의 몸을 빌려 풍경을 적었다
종이는 없으니 손가락으로 계곡의 균열에 글을 새겼다
글자들은 쏟아진 물에 젖어 색을 바꾸고
다음 순간, 누군가의 웃음이 되어 흘러갔다
밤은 킬트처럼 접히고 별은 바위 속으로 숨었다
내 귀에 남은 것은 의자의 긁힘 소리와 맥주 캔의 잔향과 오리의 발장구 소리
그 잔향들은 나를 다른 언어로 번역했다
번역된 언어는 짧고 정확했고 끝없이 친절했다
무엇이 여름밤 산을 오르게 하는가
그 무엇이 계곡물을 불어나게 만드는가
어떤 날은 여자들의 웃음이 바로 답이 된다
어떤 밤은 오리 한 마리가 지휘봉을 휘두른다
난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의자들이 천천히 서로의 등 뒤로 기대며 낮잠을 자듯 릴랙스 할 때까지
계곡은 조용히 속삭였고 물은 젖은 편지를 하류로 급송했다
난 기어코 편지를 열지 않았다 대신 가장자리를 접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돌아오는 길, 해지고 젖은 운동화는 발가락에게 사과 편지를 남겼다
달빛은 그 편지를 대신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난 알아차렸다 산이 주는 것은 오르내림이 아니라 머무름이라는 것을
의미 없는 이브의 웃음, 거리를 좁힌 오리의 걸음, 밀려든 물의 흐름
등등, 모두가 머무름의 다른 이름이었다
https://youtu.be/MovNWuNPXXE?si=2zxTxeraELyczW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