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현재를 사는 건 정말 중요하다. 회사 일로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하는데, 일테면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상위권 대학의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 했고, 상위권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대학에 가기 전까지만 해야 할 일이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대학에서 자기가 있을 곳을 잘 알고 알맞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은 굳이 수험생 커뮤니티에 와서 공부 방법이 어쩌고 저쩌고, 나는 좋은 대학 다니네 마네 얘기할 필요는 없다. 아마 그 사람은 지금 현실이 그냥 무시당하고 시궁창같으니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현재와 나 자신을 사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남이랑 비교해야 행복해진다면 그것은 진짜 행복이 아니라 상대적 우월감 같은 거다. 내가 어떠한 것(공부든 뭐든)을 잘 한다는 자신감을 느끼는 것까지야 좋지만, 그것을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정말 건강하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6.
목요일에 누나 가족(누나, 매형, 셋째 조카)이 서울에 온다고 한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천주교를 믿고 세례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니 그것에 맞춰 명동성당에 들러 성물이라도 사준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에 맞춰 휴가를 냈다.
우리 가족들은 사실 종교인이 아무도 없었다.(엄마가 점 보는 건 좋아함) 내가 우리 가족 중 처음 종교인이 되는 것인데, 누나는 그것이 나름 신기하고 의미가 있는 일로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튼 조카와 누나가 온다니 오기 전부터 한참 설렌다.
서울에 오는 조카를 위해 옷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이번 주 내내 어째 회사일로 무척 바빠서 영 짬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 시간에 회사 근처에 마카롱집(유명함)에 들러 조카들 먹으라고 마카롱을 사 두었다. 회사가 끝나고는 명동까지 가서 아기 옷도 샀다. 이럴 땐 돈을 버는 것이 참 좋다.
7.
수요일은 언제나처럼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가는 날.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정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세례 예정일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시간은 좀 남았지만 교육 횟수로 치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신부님과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 12월 초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예정이 변경되었다.
교리 교육을 잘 받아서 천주교에 대한 이해가 잘 되었는지, 그리고 기도문 같은 것을 잘 외웠는지 확인한다고 하는데 기대반 걱정반이다.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새삼 천주교는 진입 장벽이 좀 높은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천주교에 관심이 생긴다면 반드시 주변에 있는 천주교 신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자!)
8.
누나 가족이 서울에 오는 날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맑은 날씨에 명동 성당에서 조카와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어제까지 무척 심했던 미세먼지가 비가 오면서 좀 나아졌다는 점이다.
누나가 서울역에 도착하는 예정 시간인 11시쯤에 맞춰 서울역에 갔다. 다행히 엇갈리지 않고 누나 가족과 만났는데... 문제는 조카가 생각보다 크면서 자아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약 18개월 정도 되는 조카를 마지막으로 본 게 한창 기어다닐 때였는데 그때는 정말 착하고 예뻣었다. 지금도 예쁘긴 하지만 자아가 생기며 뗑깡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명동 성당으로 향했는데 택시 안에서 조카가 잔뜩 심통이 나서 가는 내내 크게 소리지르며 울었다. 누나, 매형, 나까지 모두 갑분싸... 20여분을 통곡하던 조카는 다행히 택시에서 내리니 잠잠해졌다. 택시에서 내리며 기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렸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죄송할 일인가 마음이 복잡해졌다. 조카가 시끄럽게 울며 기사님도 불편했겠지만, 사실 조카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부모가 죄인이 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싫은 기분이었다. 군대에서 잘못한 게 없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무튼 어찌어찌 조카를 달래긴 했는데, 집이 멀다보니 조카들과는 자주 볼 일이 없어 조카가 무척 내 낯을 가렸다. 결국 사진은 커녕 안아보지도 못하고 조카를 집에 보냈다 ㅠㅠ 옛날엔 내가 재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역시 자주 봐야 하는 것 같다.
누나는 나에게 작은 성모상과 무드등 비슷한 성물을 사 주었다. 동생 생각해주는 누나의 마음이 새삼 고맙다. 성물 선물을 받으며 누나에게 누나 가족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9.
회사가 한창 바쁜 시즌에 목요일은 휴가를 내서 오늘은 정말 바빴다. 겨우 일을 허겁지겁 쳐내고 겨우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다. 금요일 야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략 다다음 주까지는 쭉 바쁠 것 같다.
10.
라이너스 담요 연진님이 무료 공연을 한다고 하여 여자친구와 함께 멀리 노원까지 공연을 보러 갔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몸이 계속 좋지 않아 공연만 보고 후딱 집에 와서 쉬었다.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실제로 그럴 수도 없고... 안쓰러운 마음에 건강 보조제를 하나 사서 보내주었다. 여자친구 늘 건강하길...
11.
원래 밤 늦게까지 집 밖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서 시골에 살아 밤에 밖에 있던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해가 넘어가면 집에 있는 게 좋다.
일요일 밤에 특히 그게 심한데, 대충 8시 ~ 9시가 넘어가면 집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마치고 누워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어쩌다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면 자기 직전에 설명할 수 없는 심란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꼭 깨끗이 정돈된 방에서 누워 책을 보려고 한다.
이번주도 누워서 조용히 책을 보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열받고 짜증나는 일이 많았지만, 그 시간만큼은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