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느새 이석원의 책이 도착했다. 사인회는 이번 주말(일)이다.
(+)교육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서 수능이 있는 이번 주는 꽤 바쁠 예정.
13.
회사일은 정말 스트레스 뿐인 것 같다. 만약 지금 다니는 곳이 너무 힘들어 때려치게 되어도 결국 먹고 살려면 다른 회사에 가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도 그곳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막막해진다.
물론 단 하루도 더 일을 못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직장은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회사에서 받는 (주로 직장 동료들에 의한) 스트레스는 결국 어딜 가도 따라올 것이다. "어딜가도 똑같으니 참고 하라"는 꼰대같은 얘기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일테면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느냐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변동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앞으로 더 큰 스트레스가 생길 것 같은 사람과 일을 하게 될 경우, 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태도를 평소에 정해두는 게 좋은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상사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 그게 나와 상사 사이의 관계를 망친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데, 그래서 요즘은 대답을 조금 늦게 한다거나 하면서 일부러 좀 거리를 두는(?) 사소한 행동을 해보고 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으며 잘 지낼 필요도 없는데, 그래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저렇게 하는 것이다. 과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인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관계에서는 보통 다 망치고 나서 돌이킬 수 없을 때 배우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으니.
14.
성당일기에도 썼지만 천주교 입교를 위해 신부님과의 면담을 했다. 벌써 교리교육을 받은지 6개월이 지났다. 신부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줄 알고 긴장 하고 갔는데, 의외로 사무적으로 인사만 하고 앞으로 열심히 다니시라는 얘기만 하고 면담은 간단히 끝났다.(기도문도 외우지 않음)
천주교를 믿기로 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평화'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 변화인 것 같다. 종교를 갖기 전에는 단순한 단어의 정의 이상의 감정이 없었던 '평화'라는 단어가, 천주교를 믿게 되면서부터 무언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평화라는 단어가 더 이상 전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화를 바라고, 빈다.
15.
개인적으로도 재수를 하며 수능을 2번이나 봤지만,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는 지난 10여년 동안 수능은 나에게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다. 수능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정도이니...
하지만 교육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니 올해 수능은 무척이나 그 의미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일이 많아지니 너무 힘들고. 오늘도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일하다 집에 갔다. 다행히 다음 날 지연 출근(오후 1시 출근)을 해도 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피곤하긴 피곤하다.
어쨌든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고, 당분간은 바쁘겠지만 또 한 고비를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탈히 잘 넘어갔다.
16.
전날 늦게까지 일을 하다 퇴근을 해서 오늘은 지연출근(오후 1시)을 하였다. 오전 시간에 업무를 하지 못하다보니 오후에 정말 바쁘게 일을 했는데, 다행히 야근까지는 하지 않고 6시 좀 넘어서 집에 갈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어쩐지 몸이 뽀송한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집에 오면 온 몸이 뭔가 쩔어 있고 지저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산뜻했다. 단지 4시간 일을 덜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다니... 얼른 일일 8시간 근무제가 5시간 근무제로, 가능하다면 더 짧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7.
기분 좋은 주말이었지만 한동안 바빴던 영향인지 어쩐지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데 몸이 무척 피곤했다. 여자친구도 회사일이 바빠서 그랬는지 꽤 피곤해했고.
회사일이 바빠지면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회사에 있는 시간 외의 일상이 조금씩 무너진다는 점이 정말 힘든 것 같다. 빨래나 청소도 미루게 되고, 이렇게 쉬는 날 노는 데에도 영향이 가니.
명동성당 아래에 있는 전광수커피의 편한 쇼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굉장히 특이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보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사이폰 커피라고 한다는데 다음 번엔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8.
여자친구가 일이 있다고 하여 일요일을 혼자 보냈다. 원래 쉬는 날 혼자 있으면 집 밖을 잘 나가지 않고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집돌이 스타일) 오늘은 이래저래 바쁘게 보냈다.
회사에서 상사님들이(아조시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쭉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싶었다. 홍머병이 깊이 들어있던 고딩 시절 퀸을 많이 들었기도 했었고,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퀸 관련 다큐멘터리도 봤더니 그 뽐은 더욱 심해져 결국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집 근처 영화관에 2시 영화를 예매했다. 그리고 안 보는 책들을 추려서 영화관 근처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잠시 들러 그 책들을 팔고 영화를 봤다. 팝콘도 먹고 싶어져서 사먹을까 하고 매점을 기웃거리는데 이젠 1인 콤보를 아예 팔지 않기에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한 잔 마시며 봤다.
그러나 영화는 솔직히 너무 실망스러웠다. 퀸의 일대기를 잘 그려낸 일대기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연같은 부분을 생생히 그려낸 음악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주연 배우의 프레디 머큐리 연기.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호평(너무 똑같다고)이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가장 몰입이 안 되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쭉쭉 뻣은 멋진 몸과는 전혀 다른 작은 키부터 몰입이 안 됐다. 나머지 3인방의 싱크는 훌륭했지만...
거기에 더해 무대에서의 프레디 머큐리의 카리스마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찾아보는데, '실제' 프레디를 보니 사이다를 마신 듯한 시원한 청량감을 느꼈다.)
아무튼 그렇게 어정쩡한 기분으로 영화를 다 보고는 광화문 교보로 향했다. 바로 이석원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고 언제 와도 사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느긋하게 5시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스탭에게 이미 대기표가 다 배부되었고 사인 받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출판사 직원에게 화낼 수도 없고... 인증샷만 하나 찍고는 가져온 선물(내 책)을 직원을 통해 전달하고 그냥 집에 왔다.(그런데 왔는데 사인 못 받은 사람에게는 추후 다른 보상을 줄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오랜만에 혼자서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 역시 나는 쉬는 날에는 그냥 집에 조용히 있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지내는 날에도 뭐라도 하려고 이것 저것 하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거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나이들수록 좀 불편해지고... (여자친구랑 시간 보내는 게 가장 편하고 좋음)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의 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주말에 그냥 집에서 쉬었다고 하면,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사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건 결국 남의 판단일 뿐이다. 내가 혼자 있게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남의 말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게 익숙한 자리를 찾고, 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