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ㄱㄷㅎ 11-3

by 매일의 기분

19.
2 ~ 3주간 회사 업무로 계속 바빴더니 오후 2시 정도만 되면 참을 수 없이 졸린 기분이 든다. 규칙적으로 자는 편이라(보통 12시쯤엔 잠들고 6시 50분쯤 일어난다) 잠이 많이 부족하지는 않을텐데, 우르르 몰린 일을 하다보면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너무 졸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을 쫓기 위해 평소 잘 먹지 않는 믹스커피를 하나 타서 후루룩 마시기도 한다. 이번 주도 회사일이 계속 바쁠 예정이다.



20.
2015년에 뉴질랜드에서 잠시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갔던 식당 중 하나가 요즘 논란이 되는 ㅁㅇㅋㄹㄷ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이라고 한다. 사실 오클랜드에는 한식당...을 떠나서 식당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대단한 사실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맛은 별로 없었던 곳이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뉴질랜드의 지도를 구글맵으로 보며 생활하던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려 보았다.



21.
오늘도 원래는 회사일 때문에 밤 12시가 넘어 퇴근을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출근하며 평소보다 옷도 더 편하게 입고, 초코렛도 2개 사고, 집에는 우유와 시리얼을 사 두었다.(퇴근 후 먹고 자려고) 근데 저녁 8시쯤 갑자기 한가해지며 굳이 밤 늦게까지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급히 정리를 하고 집에 가게 되었다.

집에 9시쯤 도착해서는 오늘 일찍오니 좋다고 생각하던 차, 따지고 보면 이것도 원래 퇴근시간보다 늦은 것인데 기뻐하는 내 모습이 좀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헬조선에 익숙해진 사람...



22.
확실히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사람들에게 좀 무뎌진다는 것 같다.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마다 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데, 대체로 조언을 가장한 폭언을 서로에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혼을 빨리 해라 왜 안하냐, 다 좋은데 이런 건 좀 그렇다 등등 같은 말들을 서로에게 엄청 많이 해대는데,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는 못하겠다.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는 말들 만큼 듣기 싫은 이야기가 있을까.

어쨌든 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을 엄청 신경쓰고, 그런 얘기를 안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내 나름대로 내린 답은 그냥 적당히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들의 조언대로 행동을 바꾼다고 한들 그 불만들이 없어질 거 같지도 않고... 그래서 요즘은 그런 잔소리를 들으면 나도 술김에 막말 비슷한 느낌으로 대충 되받아치고 있다.


물론 회사 동료들이 하는 얘기 중 어떤 얘기들은 진심을 담은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많고 술에 잔뜩 취한 회식 자리에서 하는 말들은 아니다. 나도 이제 그런 사려깊지 못한 말들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조금은 무뎌진 것 같다.

000.jpg 점심 급식으로 나온 피카추 호빵! (맛은 없음)



23.
오늘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바빴던 회사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던 11월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닥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퀸의 다큐멘터리의 영향인지 옛날 노래를 많이 찾고, 듣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좋아하는 밴드들의 히스토리를 읽거나 노래들을 꽤 많이 찾아 듣고 있다.(레드제플린 부터 더 후, 너바나까지...)

가장 음악을 좋아하던 시절은 20대 초반이었는데, 재수를 한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적응을 잘 못했던 시절이었다. 인간 관계에서 잘 되는 게 없으니 자연스레 다른 것들로 도피를 하게 되었는데, 나의 경우는 그것이 책과 음악이었다. 정말 뭐에 씌인듯이 듣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적으로 썩 건강한 시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이 그립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책과 음악을 많이 좋아했었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001.jpg 벌써 크리스마스 느낌!


24.
삶의 질은 실은 아주 작은 부분들이 결정한다. 일테면 빨래와 청소같은 것들인데, 이것들은 자주 잘 해줘도 티가 잘 안 난다. 하지만 한 번 그 타이밍을 놓치기 시작하면 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이 엉망이 된다.

매주 피곤하고 귀찮아도 꾸준히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말마다 적어도 한 번씩은 제대로 청소를 하고, 평일엔 하기 힘든 이불빨래 같은 것도 꼭 하는 편인데 그것들이 쌓여 내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25.
오늘은 성당 대부님과 만남을 하는 날!

천주교에서는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대부라고 하는 존재가 필요한데, 신앙적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전 회사에서 고마운 일이 많았던 사수 형님이 천주교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부탁드리려 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견진성사라는 것을 받아야 하는데, 사수 형님은 그걸 받지 않음) 그냥 성당에서 정해주는 분으로 하게 되었다.


대부님은 나보다 세 살 많고, 내가 다니는 성당에 6살부터 다니셨다고 하는 모태신앙인이라고 한다. 사실 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이 내 대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주변에 천주교 신자가 많이 없다보니 결국 그냥 성당에서 지정해주는 분으로 하게 되었다.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하고, 수녀님께 간단히 교육을 받고 어색하게 번호를 교환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마 그 분도 나도, 그냥 세례 때만 형식적으로 대부-대자가 된 이후로 별다른 교류가 없을 것이라고 예감했던 것 같은데,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결말이 보이는 관계를 만들게 되는 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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