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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6. 2019

주간 ㄱㄷㅎ 3-4

25.

인간관계란! 언제나 가장 어렵다.


회사에서 조직이 개편하며 처음으로 후임 비슷한 게(?) 생겼는데, 애매한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쎄한 느낌이 틀렸길 바랐지만, 그 쎄한 느낌이 갈수록 점점 맞아가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슬프다. 어째 이리도 인복이 없는지. 반반만 하는 관계가 되어도 좋으련만, 그 또한 나의 욕심같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반반이 상대방한테도 반반은 아닐테니) 자리에 맞는 행동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26.

며칠간 맑았던 날씨가 다시 흐려지기 시작한다. 



퇴사를 앞둔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하는데, 이직과 휴식 사이에 고민중이라고 했다. 나도 첫 회사를 그만두고 뉴질랜드에 가서 어학연수 + 여행을 3달 남짓 하고 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하며 잘 고민해보라고 말을 해주었다.


나도 물론 어리고 젊은 나이지만, 스물 아홉인 회사 동료 미래는 나보다 5년 정도 더 밝아보여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부럽다고만 하기엔 나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그립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27.

은근히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내가 너보다는 ㅇㅇ하다" 는 말을 해서 남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월급으로 예를 들어볼까? 나와 나이가 같은 직장 동료가 나보다 월급을 덜 받는다고 하여 우쭐해 할 게 없다. 더불어 월급이 '숫자'로 되어 있다고 해서 비교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100만원을 받고 동료는 90만원을 받는다고 내가 10만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료의 집이 나보다 더 잘 살수도, 동료보다 내가 경력이 더 많을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단지 내가 10을 더 받는다고 내가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비교를 통해서 우쭐함을 느끼고 나면,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쩔건지. 그 앞에서는 살아온 날들을 후회할 것인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깎지 말아야 할텐데, 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누구보다 다른 사람을 깍아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려고 한다.




28.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에 활짝 핀 벚나무를 보았다. 출퇴근을 하려면 매일 지나다녀야 하는 길이었는데, 어쩐지 오늘에서야 인식한 걸 보면 정말 오늘 핀 건지, 아니면 무심코 지나가서 못 본 건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정말 예뻤다.


이곳에 살게 된 것은 올해로 두 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작년에도 이렇게 이 나무만 꽃이 활짝 피었던 것이 기억나 사진첩을 뒤져보았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길가에 가로수로 벚나무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얘만 활짝 핀 것이 새삼 신기하다. 


사진을 찍어 여자친구, 가족에게 보내주었는데 모두가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29. 

'스페인 하숙'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인 비야프랑카는 순례길에서 만난 수많은 도시와 마을 중에서는 그나마 규모가 중간 정도는 되는 곳이었다. 한국 기준으로는 읍이나 리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곳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아서 저 정도 되는 마을만 해도 규모가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야프랑카에 가던 날 걸었던 길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 같다. 비야프랑카에 가는 도중 만났던 성모상과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 크고 작은 언덕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진짜 내 기억일지, 아니면 몇 번이고 그 길을 그리워한 내 머리가 만들어 낸 착각일지. 아직도 쉬면서 마셨던 콜라와 올리브, 감자칩의 맛이 아직도 입 안에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0.

미세먼지는 적었지만 아침엔 진눈깨비 비슷한 것도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종일 어수선했다. 그런 와중에 별 생각 없이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하루종일 덜덜 떨며 고생했다. 겨울이 덜 추웠던 탓에 봄을 시샘하는 것인지. 꽃샘추위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31.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를 먹다보니 종종 정장 입을 일이 있는데, 아직도 구두를 7~8년 전 쯤 홈플러스에서 샀던 것을 신고 있다. 워낙 싼 것을 샀다보니 디자인도 촌스럽지만 무엇보다 발이 너무 불편하다. 구두를 종일 신고 나면 그 다음 날까지도 발바닥과 무릎이 너무 아프다. 어제는 여자친구와 종로를 걷다 금강제화에 들러 평소 봐두었던 구두를 신어 보았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발도 편한 것이 얼른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촌 동생의 결혼이 있는 5월 전까지는 사고 싶은데.

가방도 사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인터넷을 이리 저리 찾아보더니 내 맘에 쏙 드는 가방을 찾아 주었다. 문제는 가방이고 구두고 (내 기준으로는) 꽤 비싼 편이라는 것. 물론 이제는 돈이 아깝다고 싼 걸 사면 싼 걸 산 만큼의 돈을 오히려 손해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비싼 걸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3월에는 가족 여행도 다녀오고 하며 돈을 꽤 많이 써서 카드값이 많이 나올 예정인데,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쓰고 또 돈을 버는 일이 참 좋다가도 어떨 때는 허무해질 때도 있다. 돈이라는 게 뭔지...

내일은 민방위로 휴가를 썼다보니 일요병~월요병이 전혀 없다. 마음 편히 블로그에서 한 주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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