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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6. 2019

주간 ㄱㄷㅎ 3-3

18.

인간 관계가 오래될수록, 좋은 것은 반으로 나쁜 것은 두 배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인간 관계에서의 '좋음 : 나쁨' 은 '8 : 2' 쯤은 되어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게 반이 되면 8은 4가 되고 나쁜 게 두 배가 되면 2는 4가 되기 때문에, 8:2는 결국 4:4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 좋고 나쁨이 절반(5 : 5)이라면 이 계산에 의해, 결국 최종 수치는 2.5 : 10 이 된다.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다. 

오래되고 좋은 사이에도 늘 좋은 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노력한다고 좋은 면만 보여 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며 오래 붙어있다보니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집에 와서 청소를 하고, 혼자 운동을 하는데 해방감이 정말 대단했다.

19.

가족 여행은 '토~월'이었으나 하루 더 쉬고 싶어 오늘까지 휴가를 신청해 오늘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운동, 겨울옷 빨래, 장을 보는 등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치과에 들러 스케일링을 했다. 스케일링 후에는 시린 이와 함께 커피숍에 가서, 지루해서 잘 안 읽혀 오래 잡고 있던 책을 다 읽어치웠다. 

휴가라고 늘어져서 하루를 보내지 않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며 꽉 채운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딸기 한 바구니를 사와 깔끔히 다듬었다.



20.

요즘은 오랜만에 바쁘고 또 열심히 살고 있다. 

그 전에 내 삶에서 가장 바빴던 시기는, 전역하고 난 뒤 대학생활을 하는 2~3년 동안이었다. 전역 후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해야 되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특히 시험기간에는 시간을 분단위까지 쪼개어 썼다. 어떤 학기에는 학기 내내 아침 8시가 넘는 시간까지 자본 적이 없었던 적도 있다. 열심히 살았다는 기억과 뿌듯함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시절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 시절에는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닥치는 일들만 처리하기에도 바빴고, 그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그랬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요즘은 최소한의 여유만큼은 늘 가지고 있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휴식의 시간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튼튼하고 가득 채워주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런 글도 생각의 여유, 시간의 여유가 없다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21.

주말에 걸쳐 사흘간 여행을 다녀오고, 그러기 위해 회사를 이틀 쉬었을 뿐인데 어쩐지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기분이 든다. 여행의 감흥이 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간 밀린 일들을 하다보니, 마치 과거를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제의 일을 하며 오늘을 보내는 격이니...

이번 주말이 지나고 다음 주를 온전히 내 것으로 보내고 나면 다시 일상을 내 손 안에서 콘트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계획을 철저히 세워, 어떻게든 내 맘에 들도록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 내가 가진 강박 중 하나다. 계획대로 시간을 딱딱 맞추어 일들을 처리했을 때 무척 큰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22.

개인적으로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언제나 인간 관계다. 늘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평가를 받는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개의치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늘 어렵다.) 최근에도 회사에서 조직의 변화가 있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적당히, 중간을 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다.

23.

오전~낮까지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눈(?) 비슷한 것도 잠깐 내리고 하늘이 어두워 마치 저녁시간 같았다. 그랬던 하늘이 외출할때 즈음 되니까 (1~2시) 갑자기 맑아져서 어쩐지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야외로 많이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이 들어 옷을 가볍게 입어 보았다. 근데 맑은 하늘과는 다르게 기온은 무척 찼다. 다시 적당히 두터운 옷으로 갈아 입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 하루 종일 추위에 고생을 했을 뻔 했다.(겨울처럼 추웠다.) 

어쨌든 날씨가 무척 좋긴 했다. (맑고, 공기의 질도 좋았다. 미세먼지에 하도 시달리다보니 이제 날씨에 공기의 질도 포함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저녁에 집에 갈 때 즈음에는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지난 주에 제주도에 다녀오느라 여자친구와 두 주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겁고 또 짧게 느껴졌다. 장범준이 이번에 낸 노래 '당신과는 천천히'가 생각났다. 그 노래는 "평일은 느리게 가는데 주말은 빨리 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당신과 보내는 시간도 짧게 느껴지는데 그 시간들이 평일처럼 느리게 느껴졌음 좋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은 순간만은 천천히.

24.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활짝 열고 상쾌하게 환기를 하는데, 좋은 곳을 오래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최근 '스페인 하숙'을 챙겨 본 영향도 컸다. 최근들어 예능 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고 있는데, 오랜만에 '스페인 하숙'을 1, 2회를 챙겨 보았다. 2012년에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순례길을 걷던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그래서 주말에는 어디라도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또 자주가고, 걷기에도 만만한 한양도성길을 걸었다. 가장 걷기 편한 동시에 아름답기도 한 2코스(동대문 > 낙산공원 > 혜화)를 걸었는데, 날씨가 정말 맑고 좋아서 행복했다. 아직 꽃샘 추위가 남아 있어 쌀쌀함을 느끼긴 했지만, 정말 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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