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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6. 2019

주간 ㄱㄷㅎ 3-2

11.

요즘 블로그를 관리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만큼 수치가 나오진 않는다. 방문자도 더 늘리고, 광고 수익도 늘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으니 어쩐지 맥이 빠진다. 

12.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의 인간 관계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지만, 역시 회사 생활에서 받는 그것만큼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은 특히 '입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회사 생활에서의 인간 관계는 계산적인 면이 많아서, 상대방이 어떠한 정보를 주면 나도 그만큼 정보를 줘야 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이 쌓여 회사 생활을 더욱 수월하게 하게 해준다. 그런데 그 '정보'라는 게 대부분 남의 얘기이기 때문에 '입조심' 하기가 어렵다.

(정보가 많을수록 연봉을 올릴 가능성과, 업무를 편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두는 이유는 '입조심'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실체화(글)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의지를 강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13.

머리를 자른 지 벌써 한 달 정도가 되어 다시 머리를 자르러 갔다. 지난 달에는 기장을 조금 길게 잘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번 달에는 확 쳐달라고 했는데, 짧게 자른 머리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일평생 머리를 자르고 난 뒤 마음에 든 적이 있긴 했는지 싶긴 하지만.) 그래도 또 조금 있으면 이 머리도 적응이 될 거고, 적응됐다 싶으면 또 자를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지금 헤어스타일(다소 짧은 느낌의 투블럭에 포마드로 앞머리를 뒤로 넘기는 스타일)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만족하면서 몇 년간을 유지 중인데, 요즘 들어서는 어쩐지 거울을 볼 때마다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기르거나 염색하거나, 파마를 하기는 싫은데 어떡할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고민하곤 한다. 마음에 드는 머리는 환상의 동물 같은 것일까.

14.

토~월 예정되어 있는 부모님과의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급히 캐리어를 하나 주문(어제)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캐리어가 26~28인치 정도 되는 아주 큰 것인데, 늘 20인치 정도의 작은 것을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급히 주문했다. 해외 여행은 나름대로 여러 번 가본 편이었지만, 캐리어는 첫 여행부터 (친)누나가 준 것을 쓰다보니, 내 돈 주고 내 맘에 드는 캐리어를 산 적은 없었다. 아예 없으면 진작 샀겠지만,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대안이 있다보니 어영부영 그걸 들고 여행을 다녔던 것이다.

나는 성격상 뭘 하든 매번 돈을 생각하면서 아끼기만 하는 편인데, 얼마 전부터 오래 사용하는 것들은 조금 투자해서 좋은 것을 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캐리어도 10만원 초반대로 적당히 저렴한 걸 사긴 했지만 말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의 모든 면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행에 대한 설렘은 거의 없었는데, 뜬금없이 캐리어를 주문하고 나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역시 지름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보니 캐리어 택배가 도착해 있었고,(하루만에 오다니 대한민국 만세!) 박스를 뜯고 포장을 푸는 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15.

이번 주는 어쩐지 일(회사 업무)이 너무 많았다. 주 내내 정신이 없고 쏟아지는 새로운 일들을 해야 했다. 새로운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실수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상사에게 잔소리를 조금 들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은 없었지만, 그와 별개로 역시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작년 8월에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업무들이 능숙해져 특별히 실수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사의 마음에 꼭 들게 내가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소리를 듣는 데에 마음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사회 생활 초년생 시절보다는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는지, 실수에 마음 쓰기보다는 앞으로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덕에 인간 관계를 망친 적이 많은데, 나는 조금 놓는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16.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엄마, 아빠 ,나) 제주도 여행을 갔다.(토~월) 여행의 모든 예약부터 일정까지 모든 것을 내가 담당하고, 부모님은 몸만 오는 형태의 그런 여행이었는데, 그래서 출발 전부터 부담이 컸다.

부모님에게는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 구경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미리 말을 해 달라고 했는데도, 그냥 '니가 정하면 다 좋다'는 답말 돌아왔다. 내가 원하는 것이 '성산일출봉에 가고 싶다' 같은 게 아니라, '걷기 좋은 곳에 가고 싶다', '박물관 같은 게 있나' 정도였지만 부모님은 그런 것 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먹고 싶은 종류의 음식을 물어도, 그런 것도 없다고 하였다. 

문제는 막상 저렇게 말을 해도 내가 정한 곳에 가면, 거기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확연하게 티가 난다는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눈치면 나도 잘 정했다는 생각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티가 나면 나도 마음이 불편해진다. 더 좋은 곳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리 말을 안 해준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까지. 

(그리고 음식은 비싼 것을 턱 턱 잘 사 드시면서 어째 커피값에는 그리도 인색한지.)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부모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은, 여가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탓일 수도 있다. 나는 해외 여행을 많이 가본 편이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장소나 음식,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바꿔 말하면 내 여행 취향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알게 될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해외에 나가보신 적도 없고,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녀보지 않으셨다. 어쩌다 간다 해도 단체 관광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취향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가 없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가 계획에 넣어둔 장소에 가서 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그런 곳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토요일은 일정을 잘 짰는지 그럭저럭 하루를 잘 보냈다. 마지막에 시내에서 차가 많이 막힌 데서 잡음이 있긴 했지만 (도로에 30~40분을 그냥 서 있었음) 대체로는 큰 다툼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17.

가족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이틀 연속 하루종일 부모님과 부대끼며 그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가족은 내가 선택한 인간관계가 아니고 필연적-자연적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다보니, 연인이나 친구보다 더 안 맞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내내 종일 붙어 있다보니 부모님이 가진 좋지 않은 면들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고, 지친 몸을(철저히 정신적으로 지친) 이끌고 숙소에 들어온 저녁때 즈음에는 그냥 방을 따로 하나 잡아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 심하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싸움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나도 30대 중반이다보니 감정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고, 더욱이 내일이면 헤어져 당분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덕분에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순간들은 정말 참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보다 감정이 한층 위태로운 하루였다.

바다는 눈치 없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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