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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6. 2019

주간 ㄱㄷㅎ 2-4

25.

월요일마다 주간 일기(주기?)를 정리하곤 한다. 월요일에 다 쓰는 것은 아니고, 보통 주 중에 틈틈이 써둔 일기를 다시 돌아보며 고친 후 올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월요일에는 꼭 지난 한 주를 돌아보게 된다. 이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 자체가 매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허무해서) 였는데, 실제로 기록을 하다보니 지난 주를 한 번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기획 의도에 꼭 들어맞는 과정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대단하게 무얼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업무 프로세스 상 월요일과 금요일이 가장 바쁜데, 월요일에 바쁘게 회사 업무를 처리한 뒤 써둔 문장들을 정리하다보면 지난 한 주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한 주를 정리한다는 것은 지난 주의 일들은 잊고 또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한다는 의미도 된다. 의무감에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의무감이 없다면 이렇게 매주 일기를 쓰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또 지난 한 주를 깔끔히 털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한다는 것이, 기분이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26.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보험 이야기가 나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들이 대부분 나와 나이가 비슷했는데,(30대 초 ~ 중반) 이 나이는 건강에 슬슬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보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나도 20대 시절에는 평생 아플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매달 보험금으로 내는 돈을 모아서 차라리 병원비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30대의 몸은 20대의 몸과는 또 달랐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것은 소화 능력이었다. 나는 20대에는 결코 조금 먹는 편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30대가 되고 20대처럼 먹고 나면 늘 속이 좋지 않았다. 나의 노화는 소화 능력에서 먼저 온 것 같았다. 자연스레 먹는 음식이 조금씩 줄었고, 이젠 소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나이듦을 받아들이는 일은 예상한 부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도 온다. 나는 나이를 먹고, 매달 조금씩 내는 보험금보다 한 번에 크게 나갈 병원비를 더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마치고 오며 (월급도 조금 오른 기념으로) 보험을 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친 김에 바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암과 5대 성인병에 대한 보험을 가입을 했다. 

27.

회사 정수기에서 물을 뜨는데 반쯤 열린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봄의 기운을 느꼈다.  공기가 아직 차갑긴 했지만 분명 그 바람에는 봄이 섞여 있었다. 올해 처음 봄을 느껴 기억해두고 싶은 반가운 마음에 기록한다.

나를 포함 사무실의 여러 사람들이 진급을 하게 되어 진급 축하 회식을 하게 되었다. 사실 술을 먹으면 술기운에 평소에 하지 못하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술은 잘 안 먹지만) 하지만 늘 술을 먹을 때 마다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건 싫다. 그냥 술을 먹은 안 먹든 이런 저런 얘기를 모두 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 아닐까? 꼭 술을 먹을 때만 그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동료가 있어 여기에 적어 본다. 

그리고 술만 먹으면 속에 있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술을 안 먹지만)

28.

회사 그룹웨어에 내가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하게 되었다는 인사 발령이 올라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 회사는 진급이 어려운 회사는 아니다. 사원으로 입사해 3년만 지나면 '어지간하면' 대리로 자연스레 진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어지간하지' 못한 일들이 겹져 진급이 누락되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 한 해를 '사원 4년차'로 보냈다. 그러다 올해는 다행히 '어지간했는지' 무리 없이 진급을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늘 사원이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직급을 갖게 되었다. 월급이 늘거나 하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다. 더불어 늘 ㅇㅇ씨로 불리다가 다른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는 것이 낯설고 조금은 간지럽게 느껴진다. 

1. 

오늘은 3월의 첫 날이다. 올해도 벌써 1/6, 약 15퍼센트가 지났다. 

3월은 한 해의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진다. 왜냐면 3월에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구정까지 쇠니 1년에 총 3번의 새해가 있는 것 같다.(신정 - 구정 - 3월) 날씨도 진짜 봄이 온 듯 공기가 무척 따스했다. 

(가는 카페마다, 식당마다 소개팅 하는 사람이 가득한 것을 보니 진짜 봄인 것 같았다.)

여자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밥을 먹고, 즐거이 시간을 보내는 내내 문득 문득 오늘이 종일 토요일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늘 토요일마다 여자친구에게 '내일도 토요일이면 얼마나 좋을까'를 몇 번이나 말하곤 하는데, 내일이 진짜 토요일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엄청 좋지는 않았다.(그냥 당연하게 느껴짐)

어제는 저녁에 먹은 커피 탓인지 밤에 잠을 심하게 설쳐, 오늘은 집에 와서 10시부터 잤다.

2.

술을 잘 마시지 않아 술집에는 잘 가지 않는다. 그 대신 나는 커피숍에 가는 것은 좋아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너무 도회적이지 않되 깔끔해야 하며, 좌석이 편하고 테이블의 높이는 낮지 않아야 한다. 너무 '요즘 카페' 처럼 인테리어가 되어 있으면 안 되며, 주인분의 인상도 좋아야 한다. 

이렇게 써 놓으면 내 취향이 무척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막상 이런 저런 카페를 가다보면 은근히 맘에 드는 카페를 꽤 발견하게 된다. 기준은 많으나 그 허들 자체가 높지 않은 덕분인 것 같다. 최근에도 두 군데의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 방문한 카페가 그 중 하나였는데, 사실 이곳은 지나가다 몇 번쯤 봤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던 곳이었다. 겉모습이 너무 '요즘 카페'(힙해 보임) 처럼 보여서 오래 앉아있기에 좀 불편해보였기 때문에 방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오늘 처음으로 들어가보게 되었는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부가 무척 코지cozy했다.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미사는 평소 가던 곳과 다른 곳에서 드리게 되었는데,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젊은 분이셨는데, 말하는 것부터 행동하는 것 하나 하나가 시원시원해 좋았다. 사실 원칙이 있고 내가 당당하다면 미적지근하게 행동할 이유가 없다. 원래 진실은 담백한 법이니. 그런 신부님의 말과 모습들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나는 내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이 그렇게만 행동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옳은 얘기를 화끈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이야 좋지만, 그런 말들은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옳은 말보다 위로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미사를 마치고는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식 술집에 방문, 2주 연속 스페인 음식을 먹었다. 

(이번 주는 여자친구에게 얻어 먹었다.)

3.

이번 달에 있는 아버지 생신을 기념하여 가족들과(엄마+아빠+나)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될 것 같다.(누나는 조카들을 키우느라 참석하기가 어려울 것 같음) 그래서 이번 주말에 비행기 표도 알아보고, 숙소도 알아보고, 렌트카도 알아보았다.(예약도 완료!) 제주도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2015년 여름휴가 때였던 것 것 같으니 약 4년여 만의 방문이다. 

성격 상 부모님에게 거의 화나 짜증을 내지 않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화나 짜증을 한 번도 내지 않는다면 '효자 인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나는 효자일지 불효자일지...!

요즘 블로그를 열심히 하며 이런 저런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오늘도 저녁 때 남는 시간을 이용해 블로그도 조금 하고 써야만 하는 글들도 조금 썼다. 글을 쓰는 일에 그닥 스트레스를 받는 편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작지만 부담이 느껴지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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