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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Feb 26. 2019

주간 ㄱㄷㅎ 2-3

18.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름 올해 계획한 것들이 있긴 하다. 그 중 하나가 '책을 조금 더 읽는 것'이다. 20대 시절에는 책을 읽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출판사에 입사해 일까지 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책을 만들는 사람들에게 크게 학을 떼고 나서, 30대 초반 2~3년 간은 거의 책을 읽지 않았다. 책 자체가 보기 싫어졌다. (물론 내 게으름의 영향이 더 컸겠지만)


그러다가 작년에 간만에 책을 다시 꾸준히 읽는 버릇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습관을 이어나가 '1주일에 1권'을 목표로 책을 읽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 입사 초기에는 출퇴근 길에 책을 꽤 읽었는데, 이사를 가고 출퇴근 길이 짧아진데다 2호선을 타게 되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 전철에서 책을 읽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자기 전 시간을 이용한다. 잠들기 전 누워 있는 시간 1시간 정도를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시간이 무척 평온하다. (물론 안 읽는 날도 많음)




19.

출근했는데 갑자기 직급 순으로 대장님 방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2월이 연봉협상 시즌이라 언제 하나 했더니 바로 오늘인가보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화장실도 얼른 다녀와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는 사람들 모두가 짧게 짧게 이야기를 마쳤는데, 올해는 모두 대장님과 한참 이야기를 하다 나왔다. 연봉협상 전부터 회사 상황이 안 좋으니 동결일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길게 이야기한다는 게 어쩐지 좋은 신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던 내 차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이미 점심 시간이 되었다. 우선 점심을 먹으며 먼저 협상한 동료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물어봤다. 작년에는 통보에 가까운 협상을 했는데, 올해는 그래도 '작년에 네가 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고 했다.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정확한 인상률은 모르겠지만 동결은 아니라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오후가 되었고, 금세 내 차례가 됐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 보다는 조금 더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장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조금 더 불러볼 껄'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연봉 협상을 하고 나니 어쩐지 진이 빠져서 오늘은 업무를 급히 마무리하고 칼퇴를 했다. 퇴근길에 햄버거를 사먹고 미용실에 들러 이발도 했다. 




20.

올 겨울은 내가 기억하는 겨울들 중 가장 덜 추웠던 겨울로 기억될 것 같다. 출근길에 집 앞에 나왔는데 확연히 기온이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춥긴 하지만) 추위가 물러가며 미세먼지가 또 찾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추위에 고생하지 않고 겨울을 보낸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감기 기운이 있던 때는 있었지만, 온전히 감기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는 겨울이기도 했다.




21.

점심 먹고 들어와 이메일을 체크하는데 모 월간 잡지에서 원고 청탁 메일이 와 있었다. 아마 내가 블로그에 쓴 글들을 보고 청탁을 한 듯 보였는데, 읽으며 마음이 뛰었다. 이렇게 정식적으로 출간을 하는 매체에서 글을 요청받은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올해는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받는 월급 말고도 다른 수익 수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이것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내가 쓴 글을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이지만, 그렇기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독립출판물을 2권 내긴 했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름대로 꾸준히 내 것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는 말은 분명히 할 수 있다. 오늘의 일은 분명히 '운이 좋은' 일이지만, 그 운을 잡기 위한 바탕에는 내 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의미있는 성과는 결국 성실히 채운 매일 + 운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22.

회사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생기며, 업무적으로 무척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야근은 하지 않도록 일을 빠르게 처리했고, 회사가 끝나고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여자친구와 함께 지난 주부터 가보고 싶던 낙성대역 인근 경원치킨에 방문했는데, 그 이름만큼이나 정말 맛있었다. (간장 안매운맛) 

파가 올라간 양념이 정말 맛있었음. 이게 반마리!

치킨을 먹고는 여자친구와 코인노래방에 가서 각자 3곡씩 노래를 부르고 일찍 귀가했다. (내일 여자친구가 일이 있다고 함)




23.

원래 아는 형을 만나 밥도 먹고 사는 얘기도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그 형이 출근을 하게 되어 혼자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저녁에는 명동 성당에 오랜만에 미사를 보러 갔고, 개인적으로 기억할만한 만남을 가졌다. 



이번 주에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갑질사건의 직접적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새롭게 출간한 책 <플라이 백>을 읽었는데, 책 속에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등장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작가는 어렸을 시절 세례를 받고 성당을 잠시 다닌 적이 있었다. 하지만 취직을 하고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일을 하며 그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성당에 다니지 않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냉담을 했다기 보다는, 사는 게 바빠 자연스레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러다가 작가는 자신의 삶을 뒤흔든 땅콩회항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이후 가장 힘들었던 날, 작가는 우연히 명동성당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하느님의 존재를 통해 큰 위안을 얻게 된다. 



나 또한 작년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된 이후 여러가지 기적같은 일들을 겪었다. 종교를 믿지 않았던 시절의 나는 '종교는 불필요하고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아마 많은 비 종교인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교같은 것은 가질 필요가 없다는, 그 마음을 버리고 나니 감사와 평화가 나를 찾아왔다. 내가 힘들고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는다고, 하느님이 나를 얌채라고 생각하실까? 아마 아닐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혹여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종교를 한 번쯤 가져보길 추천하고 싶다는 것이다. 비종교인이 짐작하는 것 그 이상으로, 종교가 가지는 힘은 크다는 생각을 했다.



미사를 드리며 박창진 사무장을 위해 짧게나마 기도를 드렸다.




24.

2012년에 한 달 좀 넘는 시간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스페인 음식을 참 많이 먹었는데, 여행이 끝난 이후로는 자주 먹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로는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을 자주 먹기엔 너무 비쌌고, 둘째로는 한국에 스페인 레스토랑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월급이 조금 오른 기념으로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로 해서, 이번 주 내내 이런 저런 식당을 찾아보다가 오랜만에 스페인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다. 방문한 곳은 서촌에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 와이샵. 서촌을 무시로 지나다니며 본 식당이었는데, 늘 어떤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하다 드디어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가장 맛있었던 피깐떼 파스타!

점차 갈수록 이 기록이 내 생각이나 사고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는 특히 "~했고 ~해서 참 즐거웠다"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록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도 시간이 지난 후 읽으면 '그래도 써두길 잘했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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