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
'해먹'은 두 개의 나무나 기둥 같은 곳에 달아서 사용하는 그물 침대를 뜻한다. 어감 자체도 기묘한 이 해먹hammock이란 단어의 출처는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물 침대를 가리키던 말에서 왔다고 한다.
해먹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해먹이란 것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늘 해먹에 누워보고 싶었다. 해먹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침대 중 가장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내가 해먹에 누워볼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첫 해외 여행으로 태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 나는 기념품으로 해먹을 사왔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였다.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에는 언제나 수많은 여행자들과 상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카오산 로드 양 옆 건물에는 상점과 식당, 사설 환전소, 펍 따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길에는 수많은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노점상에는 팟타이, 자른 과일, 벌레 튀김 등 음식을 팔기도 했고, 옷, 악세서리, 신발, 가방 등의 잡화를 팔기도 했다.
태국에 있는 동안 매일같이 밤에는 카오산 로드에 갔다. 딱히 매일 갈만한 새로운 것들이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날 밤이었던가, 한 중년의 태국 남자가 해먹 대여섯 개를 어깨에 주렁 주렁 메고 카오산 로드를 배회하며 자신의 해먹을 사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는 그 전까지 기념품으로 해먹을 사야겠다는 생각같은 건 하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해먹을 메고 있던 그 남자를 본 순간, 나는 해먹을 사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결국 몇 번의 흥정 끝에 나는 한화로 만 오천원 정도 되는 저렴한 가격에 녹색의 해먹을 샀다.
하지만 그 해먹을 쓰는 일은 없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내 작은 자취방에는 그 해먹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부모님이 사는 집에 가져갔지만, 그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해먹은 사용되지 못하고, 벽에 장식품마냥 걸려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뉴질랜드 북섬의 베이 오브 아일랜즈bay of islands를 여행할 때 묵었던 한 호스텔에서 오랜만에 해먹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해먹은 호스텔의 마당(?)에 있던 기둥 사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나의 오랜 꿈-해먹에 누워보는 것-을 이뤘다.
해먹은 언제나 인기여서 사람들이 많은 저녁 시간에는 누워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해먹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해먹 또한 '자유로운' 여행자를 표현하는 어떤 상징으로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해먹에서 누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결국 호스텔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드디어 비어있는 해먹에 누울 수 있었다.
해먹에 처음 누워본 감상은 '불편하다'였다. 해먹은 그저 불편하기만 했다. 두 개의 나무 기둥 사이로 설치된 해먹에 균형을 잡고 눕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균형을 잡고 겨우 누웠다 하더라도 조금만 움직여도 나는 해먹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저 사진만 찍고 머쓱하게 해먹에서 내려왔다.
내가 해먹에 가졌던 환상과 현실의 경험은 첫 사진과 마지막 사진 속 갭만큼의 차이가 있었고, 오랜 꿈은 이렇게 조금은 허탈하게 이뤄(?) / 끝이 나(?) 버렸다.
내 고향집에 있는 해먹은 잘 있을까? 솔직히 어디에 두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그 해먹이 언젠가 나무 사이에 걸릴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나무 네 개 사이에 걸면 조금은 더 편하지 않을까? 해먹이 생각만큼 편한 침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지만, 왜인지 해먹에 대한 환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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