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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05. 2016

걷기

한양도성길(2)


지난 5, 6월에 한양 도성길 1, 2코스를 걸었다.
 


 https://brunch.co.kr/@napbock/18 (한양도성길 1, 2코스 후기)



그리고 얼마 전이었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도성길 4코스를 걸었다.
 
한양도성길 4코스는 남대문(숭례문)에서 인왕산을 거쳐 창의문까지 걸어 내려오는 5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코스로 되어 있다. 4코스는 가파른 인왕산을 넘어야 하는 만큼, 네 개의 한양도성길 중 가장 걷기 힘들다.


 
새롭게 복원한 남대문에서 여자친구와 만나 함께 출발하였다. 여자친구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이날은 가볍게 걷고 싶어서 가방도 챙기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편히 걸을 수 있었다. 9월 치고는 여전히 날씨는 더웠지만, 그래도 미세먼지가 없는 좋은 날이었다.

숭례문에서 출발해 덕수궁 뒤쪽으로 걸어갔다. 목이 말라 경향신문에 있는 쥬시에서 생과일 주스 하나씩을 사먹었다. 경희궁 뒤쪽을 넘어서니 드디어 성곽길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때때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나긴 했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산보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왕산은 오를수록 가파르게 변했다.

산악구조대로 군 복무하는 친구들(웹툰 피크를 통해 알게 됨)도 볼 수 있었는데, 가파른 산을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연휴라 그런지 산에 사람도 많았다.
 


인왕산은 오르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힘들어서 툴툴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진을 빼는 듯 했다. 나 또한 산이 너무 가팔라서 오르기 힘들었고, 절벽을 기듯이 오르는 구간도 있어서 무섭기도 했다. 1코스도 오르막이 많아 힘들긴 했지만, 무서운 순간은 없었다. 하지만 절벽이 많은 인왕산은 힘든 것 이전에 무서웠다.

그래도 절반 정도를 오고 나니 돌아갈 수도 없었다. 용기를 내서 산을 탈 수밖에 없었다.
 


인왕산 정상에 올라서 바라본 종로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은 바로 빌딩숲이다. 빌딩숲이야 말로 서울을 나타내는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한양도성길 4코스를 걸으며 서울의 멋진 모습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다.

정상에 오르고 나서 내려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르는 시간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아 금세 부암동 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사실은 부암동에 오고 싶어서 남대문에서 출발했던 것이었다. 부암동은 언제 가도 멋진 동네다.
 



부암동쪽으로 내려와서는 카페에서 밀크쉐이크 한 잔을 마시고 쭉 쉬다가 스콘을 먹으러 갔다. 부암동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 스콘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스콘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부암동에 갈 일이 있다면 이 스콘집에 꼭 들려보길 바란다.(다만 찾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부암동 스콘 맛집 스코프(scoff)





이제 남은 것은 오직 3코스뿐이다. 한양 도성길을 전부 걷는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기분이 먼저 들지만, 그래도 남은 3코스를 얼른 걷고 싶다. 

도성길을 걷는 것은 서울에 살며 했던 많은 경험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경험이었다.
 


:: contact _ napbock@naver.com

:: blog _ blog.naver.com/napb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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