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뉴질랜드에 도착한 첫 날을 잊지 못한다. 이곳 저곳 해외 여행을 해본 경험은 있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에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키위(뉴질랜드인을 뜻하는 말)들 몇몇과 대화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역시 내가 한참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왔지만, 내 영어 실력은 원어민으로 치면 유치원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앞에서 영어를 한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어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더 알아듣지 못했다.
뉴질랜드에 도착하고 나서 며칠 뒤, 아직 살 방을 구하기도 전에 나는 어학원을 알아봤다. 어학원을 다니거나 일을 구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버리게 될 것이란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저렴한 어학원을 찾긴 했는데, 트라이얼(시범 강의)을 들으니 과연 이게 도움이 될지 걱정이 앞섰다.
뉴질랜드에 오는 많은 외국인들은 이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오는데, 최종적으로 시민권을 얻기 전까지는 최소 4~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그 시간동안 뉴질랜드에서 지낼 비자가 필요한데, 많은 사람들은 그 비자를 학생 비자로 해결하곤 했다. 어학원에 들어가는 데는 나이나 영어 실력 등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수업료만 낼 수 있다면 어학원에서는 손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오클랜드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어학원들이 있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수업을 듣다보니 여긴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위함이 아니라 정말 '비자 연장'을 위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우선은 대부분의 강사들은 열의가 없었다. 수업 시간 중 많은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적당히 짝을 지어 프리토킹을 하게 하는 게 태반이었다. 강사 대비 학생수도 너무 많았다.(1:10~15명) 사실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끼리 프리토킹을 시켜봐야 실력은 늘지 않는다. 게임도 영어 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영어권 국가에 있다고 마냥 영어가 느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해 봐야 느는데, 정작 현지인인 강사들과는 얘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중국에서, 동남아에서, 중동에서 온 친구들과 손짓 발짓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난 운이 좋았다. 몇 번의 트라이얼(시범 강의)을 들었는데 그 중 마지막 선생님이 영어를 '잘' 가르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선생님은 숙제도 많이 내주고, 문법 수업도 많이 하고, 학생들을 '빡세게' 가르쳤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소명'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 4시간 수업이었던 어학원에서, 수업이 끝난 시간에도 남아서 학생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질문을 들어주었다.
덕분에 12주간 등록한 어학원에서, 나는 영어를 잘 배울 수 있었다. 물론 현지인과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는 없었던 무엇을 얻어갈 수 있었다. 내 영어 공부 인생에 있어 최고의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비록 처음 계획했던 1년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4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는 성공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4개월의 시간동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contact _ napbock@naver.com
:: blog _ blog.naver.com/napb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