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며

군생활

by 매일의 기분


얼마 전 같은 지역(광주)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는 31사단이고, 그는 상무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실은 큰 접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무언가 유대감이 생겼다.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루할 뿐이라지만, 군대 얘기라는 건 해도 해도 질리지가 않고 언제나 재밌다.



이등병때 탄 첫 월급은 54,300원이었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쳤는데, 통장에 돈이 들어왔을 때의 생경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일을 했는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병장때 받았던 월급은 아마 88,000원으로 기억한다. 이등병때나 병장때나 월급이라는 말을 하기 민망한 액수였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모든 돈으로 전역 후 컴퓨터를 샀던 기억이 난다.

망가(7085).jpg 싸이월드에서 발굴한 훈련소때 사진(...)


32사단(충남 공주)에서 5주간의 기초 훈련을 마치고 조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자대 배치는 31사단으로 받았는데, 숫자 하나 차이라고 해서 근처일까 기대했는데 31사단은 멀고 먼 광주였다.

보충대에서 이삼일을 대기하고는 같은 사단에 있는 통신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군용 더플 백을 메고 10여분을 걸어, 그 뒤로 22개월을 지내게 될 곳에 도착했다.



내 주특기는 3111, 정통 행정병이었다. 내가 군생활을 한 곳은 통신대대의 본부중대 행정반이었다. 총인원 2명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내가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는 2명의 행정병 중 1명은 이미 전역한 상태, 나머지 하나는 다음 주에 전역할 예정이었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고 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내 보직은 딱히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두 명 일을 혼자 했지만,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이 되어보니 원래 일이 없는 곳이었다. 한번은 컴퓨터가 고장나서 일주일 정도를 업무를 못했는데, 고치고 나서 일주일 만에 컴퓨터를 켰는데 할 일이 없었다. 그정도로 나는 한가했다.

16d57bc6596f12ab52c067cf59c73904711a2c2627059b544388ad943256491d.jpg 아~아~ 호남의 자랑 31사단~


그래도 어쨌건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보급행정병이었다. 군대에서 생활하며 필요한 것들을 받아서 나눠주는 일을 했다. 하지만 후방의 장비가 교체되는 일은 무척 드물었기 때문에, 내 일은 대부분 1종품(식료품)을 받아 취사장에 나르는 일이 주였다. 주에 한 번 정도 식품을 받아서 트럭에 싣고 취사장에 날라다 주었다.

그것 외에는 전역자의 물품을 반납받고, 그것을 다시 새로 온 신병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총인원이 20명이 될까 말까한 중대였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많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한가함 때문에 오히려 군생활을 어렵게 한 느낌도 있다. 많은 일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각종 잡일을 도맡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작업이란 작업을 다 맡아서 했던 것 같다. 그 중 절정은 6개월 동안 예초기를 돌리며 부대 내의 풀을 다 깎았던 것이었다. 내가 대체 왜 행정병인데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시키니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풀을 깎고 3박 4일의 휴가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경제 활동으로서의 군생활'이란 참 기묘한 것 같다. 딱히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며, 군대라는 아주 괴상한 조직 속에서 부조리한 생활을 하다가 한 달에 10만원이 안되는 돈을 받는 것은 여전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있지만서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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