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했던 알바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했던 것이었다. 전역 전 말년 휴가를 나와서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고 이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학교를 다니며 할 알바를 찾아보았다. 운 좋게 알바 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요식업 쪽으로 알아 본 것이었는데, 경력 덕분인지 쉽게 채용이 되었다. 전국에 매장이 스무 개 정도 되는 크지 않은 체인 레스토랑이었다.
결국 전역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알바를 그렇게 오래 하게 될줄은 그땐 몰랐었다.
처음에는 한 학기 정도만 한 뒤 그만 둘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계속 하게 되었다. 요식업 알바의 가장 큰 장점은 밥을 준다는 것과 알바를 하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평일에 사흘(저녁 시간에만), 주말에 이틀(풀타임) 씩 주 5일 정도로 시작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하기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알바를 하는 만큼 여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학 생활은 등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 시절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가장 먼저 맡은 일은 키친 핸드(주방 보조)였다. 설거지를 하고, 식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일을 했다. 일머리와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일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칼질하는 것이 처음엔 자신이 없었는데,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부쩍 늘어 있었다.
전에 하던 패스트푸드 알바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가공되어 들어왔기 때문에, 딱히 다듬거나 준비할 건 많이 없었는데,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준비해야 할 식재료가 많았다. 대부분 야채와 해산물을 다듬거나 소스를 만들거나 했다.
키친 핸드 일이 손에 익자 음식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피자를 만드는 것부터 배웠다. 냉동 도우를 해동해 기계로 얇게 펴고, 그 위에 소스와 재료를 얹고 전기 오븐에 굽는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사실 두터운 미국식 피자만 먹어봐서, 이탈리아식의 얇은 피자를 만들고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탈리아음식은 나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만들고 먹는 것도 낯설었다. 처음 배우며 오븐에 데기도 많이 데었던 것 같다. 아직도 오른 팔의 군데 군데엔 당시에 일을 하며 생겼던 화상 자국이 남아 있다. 피자를 배우고 나서는 파스타 만드는 것을 배웠다.
일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난 다음에는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면을 삶고, 재료를 준비하고, 손님이 오면 음식을 만들었다.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설명할 수 없는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을 몸에 익히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요리를 하는 데 경쾌한 몸놀림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래 일한 사람들이 음식을 하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동시에 일은 정말 힘들기도 했다. 평일은 4~5시간을, 주말은 8~9시간을 내내 서서 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름에 불과 오븐 앞에서 요리를 할 때는 정말 기절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만두게 되었던 것도 그 체인 사업이 대전 지역에서 철수를 하게 되며 폐업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나는 운 좋게 취직을 하게 되어, 폐업과 맞물려 자연스레 아르바이트를 정리하게 되었다.
어떤 일을 2년 반 정도나 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에 관한 많은 일들이 생기게 된다.
이곳에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일하던 친구들이었다. 방학 때 같은 때는 일이 끝나고 술을 마시러 가거나, 피시방으로 게임을 하러 놀러 다녔다.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파스타와 피자를 일상적으로 먹게 되어 그 음식들에 익숙해지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원래 그런 음식들을 즐겨 먹지 않았었는데, 일을 하며 자주 먹게 되니 맛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정기적으로 파스타와 피자를 정기적으로 먹곤 한다.
나는 사람이 어떤 것을 먹고 사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인데, 이곳에서 일하고 난 뒤로 우스개로 나는 절반은 이탈리아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왜냐면 2년 반동안 하루 한 끼는 꼭 이태리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마 이 알바가 나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창업을 하게 되었던 것인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미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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