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가운 대여
꿀알바는 편하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버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뜻하는 말이다. 나도 나름대로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 중 최고의 꿀 아르바이트는 대학에서 단기로 했던 졸업생 가운대여 알바였다.
대학에서는 보통 매년 2번의 졸업식을 한다. 2월에 하는 동계 졸업식과 8월에 하는 하계 졸업식이 그것이다. 졸업식때 참석하는 학생들은 보통 학사학위를 받은 대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학사모를 쓰고 학사복을 입고 졸업식 행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내가 했던 아르바이트는 그 학사모와 학사복을 대여해주고 받는 일이었다.
여름 방학에 한창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학기 중에 인연이 되었던 교수님께서 갑자기 연락을 주셨다. 무슨 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아보니 방학 중 하루 나와서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할 수 있다고 했더니 남학생 하나를 데리고 오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졸업식 하루 전날 친한 대학 동기 하나와 교수님을 찾아뵈니, 우리가 할 일에 대해 말해주셨다. 졸업식에 있을 학사복과 학사모를 만원을 받고 빌려주라는 말씀이셨다. 명단을 만들어 이름과 연락처를 받고, 옷과 모자를 빌려주었다가 6시가 되기 전에 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여러울 것 없었다.
졸업식 당일에 9시가 되기 전 과방에 가운을 펼쳐놓고 대여를 시작했다. 졸업생이 많아 빌려주고 명단을 작성하는 데 정신이 없긴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오전에 몰려서 빌려가서 오후가 되니 한적해졌다. 대략 7~80명 정도를 빌려줬던 것 같은데 예상대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단 2명이 하는 일이라 식사를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배달 음식을 시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빌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내내 반납을 받았다. 5시가 넘어가도록 반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전화를 걸어서 반납해달라고 말했다.
사실 이 정도면 그렇게까지 '꿀'알바라고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마냥 쉬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정신이 없고, 세세한 것을 신경써야 해서 쉴 틈도 없었다. 하지만 이 알바의 진짜 좋은 면은 알바가 끝났을 때 나타났다.
가운을 다 정리하고 교수님에게 보고하러 가서 하루종일 받은 돈을 명단과 함께 전해드렸다. 교수님은 명단과 돈을 받으시고는 수고했다며 일당을 주셨는데, 무려 20만원이었다. 거기에 목욕탕 다녀오고 점심을 먹으라며 5만원을 더 주셨다. 하루 7~8시간 정도를 일하고 25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최저 임금이 4,110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인 일당이었다.
알바가 끝나고 함께 일한 동기와 싱글벙글 하며 고기를 먹으러 갔다.
그 뒤로 2번을 더 가운 대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급여는 교수님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다. 그래도 보통 15~20만원 선이었다. 방학때 하루 나와서 하는 일 치고는 가성비가 정말 좋았다. 심지어 내 졸업식 때도 졸업식 참여보다 가운 대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아르바이트의 진리는 얼마나 편하게 일하며 얼마나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닐까? 아르바이트는 사회 생활을 경험하기 위한 일이라는 말은 우습다. 알바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꼽는 최고의 꿀알바는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받은 이 알바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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