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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04. 2016

지난 주말에 뭐했니

소소예술시장 &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소소예술시장'은 매주 첫째, 셋째 주 토요일(4~11월)에 세종문화회관 뒤 예술의 정원에서 열리는 예술 관련 작은 벼룩 시장이다. 다양한 소규모 창작물(초상화, 엽서, 독립출판, 장식품 등)을 팔고 있다.
 
처음 와본 건 아니었고 작년에 한 번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마켓이 거의 닫을 때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이번에 다시 들러 보았다.
  

세종 문화회관 뒤에서 열린다.


소소마켓엔 모든 판매대가 개성 넘치는 물건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직접 창작한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정말 멋졌다. 아마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이 만든 것들을 가지고 주말에 나와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아니라면 평소엔 프리랜서로 일하다 주말에 나와서 판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듯 보이는 게 가장 멋졌다. 

원래 이런 곳에 오면 무언가를 잘 사는 편은 아닌데, 이번은 하나를 구입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초상화.
 

pangtoopool 작가의 초상화


여자친구가 초상화를 그린다고 하여 그 옆에 앉아 있는데, 바로 옆 부스의 초상화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푸른색을 많이 쓰는 부드럽고 귀여운 느낌의 그림이었는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고민하다가 여자친구의 초상화 그리기가 끝나고 일어서며 나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초상화 그리기 같은 것을 처음 해보는 거라 너무 쑥쓰러웠(?)다. 혹시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보니 20분 정도 후에 오면 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20여분을 더 구경하고 다시 와서 초상화를 그렸다.

초상화는 그리는 데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작가분이 거침없이 슥슥슥 그려내는 모습이 멋졌다. 푸른색 단색은 3천원, 컬러는 5천원이었는데, 나는 컬러를 선택했다. 그림의 크기는 엽서 사이즈였다. 다 그려진 초상화를 받고 5천원을 지불하고 일어서는데, 이런 멋진 그림을 5천원 주고 산다는 게 미안하기도/기분 좋기도 했다. 그려진 그림을 한참 쳐다 보았다.
  
내가 이렇게 매일 글을 쓰려고 하는 것도 일종의 자기 표현(예술?)이다. 소소예술시장에 있던 모든 판매자들이 열정적으로 만든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소소예술시장 구경을 마치고는 시청쪽으로 이동했다. 덕수궁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회'가 10월 3일(어제) 끝난다고 하여 구경하러 갔는데, 입장 줄이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거의 백여 명이 서 있었음.) 기다릴 엄두가 안 나서 서울 시립미술관을 잠시 둘러보고, 저녁을 먹고 다시 덕수궁에 가보니 대기 줄이 하나도 없어서 표를 사서 입장했다.(7천원)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그간 전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중섭 작가의 해외소장 작품이나 개인소장 작품까지 모두 모아 놓은 큰 전시회였다. 나도 제주도에 갔을 때 이중섭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몇몇을 본 기억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전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역시 전시회의 기간이 거의 끝나가서 그런지 전시장 내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니 피곤했다. 

그래도 흔히 있는 기회는 아니어서 피곤을 참고 전시장을 둘러 보았다. 말년의 궁핍한 상황에서 그림을 그리고,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것에 마음이 많이 갔다. 생전에 조금 더 인정을 받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죽어서 불멸의 예술가 칭호를 받는 것보다는 역시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덕수궁 석조전


전시 관람을 마치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석조전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석조전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서양 석조 건물이다. 지어진 지 100여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언제나 놀랍다.

기둥을 몇 번 쓸어만지고 있는데 폐장 방송이 나와 덕수궁 밖으로 나왔다. 예술적 감성으로 충만한 즐거운 주말을 보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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