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오랜 시간동안 여러 게임들을 즐겨 왔지만, 인생의 게임이라 할 만한 건 단 두개뿐인 것 같다. 성격 자체가 뭐든 워낙 금방 질려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게임을 얕게만 즐겨왔는데,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롤) 만큼은 오랜 시간동안 많이 플레이했던 것 같다.
최근에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6 월드 챔피언쉽(롤드컵)을 틈틈이 보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롤은 사실 끊은지가 좀 되었지만, 게임 방송만큼은 종종 보고 있다.)
롤을 처음 시작한 건 2012년(시즌2,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고 몇 달 지나서)부터 였다.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한동안 하는 게임이 딱히 없었는데,(틈틈이 즐기던 게임은 많음) 오랜만에 새로운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 게임을 하지 않다보니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쓰던 컴퓨터에서는 롤이 돌아가지 않아 시간을 내 틈틈이 PC방에 가서 롤을 했었다.
그 전까지는 PC방에 갈 때는 늘 친구들과 함께였는데, 이렇게 혼자서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던 것 자체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롤은 재미있었다.
결국 컴퓨터까지 새로 사서 집에서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었고, 시간날 때만 몇몇 게임을 하는 정도였다.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 정보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롤은 게임을 하기까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은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었고, 게임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어서 남는 시간동안 롤 커뮤니티에 들어가 다양한 챔피언들의 정보를 보거나 공략을 읽었다.
결정적으로 롤에 빠지게 된 것은 2013년부터였다. 2013년에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많았고, 그 덕분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인생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많이 지쳤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롤을 많이 했다.
롤챔스도 열심히 봤다. 한가한 날 저녁에 치킨같은 먹을 것을 사와서 롤챔스를 보는 게 한동안의 낙이었다. 특히 롤챔스 시즌 3는 정말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페이커라는 프로게이머가 데뷔하며, 롤드컵에서 우승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던 것 같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따위를 한 게 아니라, 그냥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현실이 힘들어서 게임에 열중했던 것이었지만(그렇다고 게임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가 시간,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하고, 봤을 뿐이다.) 그것은 결코 도피가 아닌 나름의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원히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시즌3를 실버로 마무리하니, 시즌4에서는 반드시 골드에 가고 싶었다. 시즌4때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게임에 몰입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시즌이 끝나기 전에 골드르 찍긴 했는데, 그땐 이미 롤이라는 게임 자체에 조금 질려 있었다.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비매너 유저들의 플레이와 욕설 등에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시즌 5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롤을 접게 되었다. 회사가 끝나고 집에 오면 2~3시간씩 롤만 하는 것도 시간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롤을 하고 나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롤이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 5월경에 워홀 비자가 나오고 나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롤을 깨끗이 접었다.
요즘 시즌6 롤드컵을 보고 있으니 2013년이 많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려버렸지만(게임은 여전히 훌륭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저들의 매너와 운영에 질렸을 뿐이다.) 롤 덕분에 고난이 많았던 2013년을 잘 넘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롤을 다시 하게 될 날이 오거나, 롤 이후로 다시 인생의 게임이 찾아올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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