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흔한 시작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whatever로 영국 밴드 ‘오아시스’를 처음 듣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stand by me 같은 히트곡들을 들으며 점점 빠지게 되었고, 그들의 앨범을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너무도 평범한 오아시스 팬 입문기다, 이 글은.
처음 오아시스를 듣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교 2~3학년, 그러니까 2003~4년 정도였을 거다. 그때 오아시스는 다섯 번째 앨범(heathen chemistry)를 발매(2002)한 뒤였는데, 그때는 사실 그렇게 열심히 듣지 않았다. 아주 크게 히트한 싱글들 위주로 듣고, 금세 다른 밴드의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2005년 대학 입시에서 실패하고(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탈락) 나는 재수를 하게 됐고, 고독하고 평화로운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혼자서 도서관에 다니며 재수를 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보냈던 탓에 성격이 많이 변했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일년의 고독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른 사람처럼 변해 버렸다. 그닥 좋은 변화는 아니었다. 어쨌건 2006년에 무난히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변해버린 성격과 대학이란 곳이 생각했던 곳과는 너무 달랐던 것 때문에 대학 생활을 하는데 많이 애를 먹었다.
간단히 말하면 그냥 '아웃사이더'였던 것인데, 거기에 뒤늦은 사춘기까지 겹쳤던 거다. 사람들 사이에 붕 떠서 어울리지 못했지만,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건 내 선택이었다고 자위했다. 하지만 내 진심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는 것을 내가 제일 잘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가 더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갈피를 못 잡고 생활을 하던 때에 다시 오아시스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오아시스는 2005년에 don't believe the truth를 발매하고, 2006년에 내한을 했었다. 다소 뜬금없지만 기분 전환삼아 레코드샵에 간 길에 MG 앨범을 테이프(...)로 샀었는데, 그걸 정말 많이 들었다. 통학을 하며 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지게' 이 앨범을 들었던 것 같다. 왜 이 앨범이냐면 별다른 이유는 없다.
어쨌건 학교에 가면서 A사이드를 듣고, 돌아오며 B사이드를 듣기를 두어 달 반복했다. 이렇게 MG 앨범(넓게는 음악)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방황기였던 21살을 잘 보낼 수 있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노엘 갤러거가 쓴 가사는 나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당시의 내 마음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 같았다.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My body feels young but my mind is very old.
내 몸은 젊게 느껴져, 하지만 내 마음은 아주 늙었지.
노엘의 가사는 늘 희망적이고 밝지만, 그 속에 늘 서글픔 같은 것이 있다. 힘든 과거를 견디고 난 후에 느끼는 평온이 있었다. 나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글로 옮긴 듯한 가사에, 정말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매일 밤마다 파리에서 노엘과 겜이 함께 어쿠스틱으로 라이브 한 fade away를 몇 번이고 돌려 봤다.
다행히 전역을 하고 마음을 잘 다잡게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 오아시스의 노래는 감정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것 없이, 평범한 팬의 입장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2006년에 가지 못했던 내한 공연을 아쉬워했기 때문에, 2009년의 내한은 당연히 참석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다들 아시다시피 오아시스는 해체했다.
그 뒤로도 물론 노엘의 솔로 앨범이나 비디 아이의 앨범도 꾸준히 들었지만, 역시 그게 오아시는 될 수 없었다. 언제나 오아시스=노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었다.
물론 아직도 종종 오아시스를 듣곤 한다. 하지만 스물 한 살 때 들었던 그 무게감으로 다시 오아시스를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꺼내 먹듯 MG를 들었었다. 다시 그런 식으로 듣고 싶지도 않다.
어쨌건 한물 간 퇴물 밴드의 상술이라 해도 좋으니 다시 오아시스가 재결성을 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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