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것을 조금 진지하게(이런 표현도 우습지만) 듣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중학교 때에는 좋아하는 가수 몇몇의 음악을 열심히 듣긴 했지만(박지윤, 자우림, 서태지 등) 대부분 TV에 나오는 대중가요만 들었었다. 인디밴드들은 존재 자체를 몰랐고, 외국 음악(팝)은 가사를 모르는데 어떻게 들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며 음악을 듣기 시작했지만, 먼저 바뀐 건 내가 아니었다. 친했던 J가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을 듣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소개하는 각종 음악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J의 화제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가까운 친구가 맨날 이야기하니 나도 한 번 들어볼까싶어 시작했고, 그때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국내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들었다. 스웨터, 시베리안 허스키, 델리스파이스, 3호선 버터플라이, 황보령같은 밴드의 음악을 들었다. 물론 음악 자체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겠지만, 다른 친구들은 알지 못하고 듣지 않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고무되어 듣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마이너'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나 자신를 특별하게 느껴지게 했다.
CD도 구매하긴 했지만 보통은 (부끄럽지만) 소리바다(당시엔 불법 mp3 다운로드를 하는 p2p 프로그램) 같은 곳을 이용해 그들의 노래들을 받아서 듣곤 했는데, 인디밴드들의 음악은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노래의 파일을 다운받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자연스레 해외 록 밴드로 옮겨갔다. 이것도 내 취향의 변화는 아니었다. (나는 듣지 않았지만)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해외의 록 음악들을 소개했고, 그것을 들은 J가 나에게 그 음악들을 전파했다.
나는 1차적으로 J의 취향에 의해 걸러진 음악들을 들었다.(J가 mp3 파일들을 보내줬기 때문에) 뻔하디 뻔한 밴드들, 일테면 Oasis, Radiohead, RHCP, Travis, Nirvana, Queen 같은 밴드들의 음악을 들었다. (그 속에서 나름의 취향을 찾게 되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처음엔 다들 그랬겠지만 싱글곡(히트곡) 위주로 들었다. 라디오헤드의 creep, 오아시스의 whatever, 너바나의 smells... 등등. 그렇게 몇몇 밴드를 좋아하고, 또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나서 처음으로 그들의 모든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본격적으로 앨범 단위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때다.
앨범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니, 그 전까지 싱글(히트곡, 타이틀곡)로만 들었던 과거가 너무도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곡들은 앨범들 사이 사이에 숨어 있었고, 지금까지 놓쳤을 더 많은 곡들을 생각하니 더욱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앨범 하나를 통채로 몇 번씩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취향이 아닌 노래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 노래들을 스킵하지 않고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잘한 일이었다. 어떤 음악가나 밴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히트 싱글 한두 개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들의 앨범을 통채로 묵묵히 듣고 난 후에 드는 감상이야말로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좋은 게 좋은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진짜 팬, 가짜 팬 같은 건 없다.)
어쨌거나 그렇게 음악을 들었던 덕분에 'rubberoul'이나 'plans', '가장 보통의 존재'같은 인생의 음반들을 만날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요즘은 출퇴근길에 스트리밍 어플로 노래를 듣고 있다. 처음 CDP를 구매했던 게 12~3년 전이니 참 감개무량하다.
최근엔 아델의 25앨범을 듣고 있다. 요즘같은 스트리밍시대에 풀 렝스(최소 8~10곡 정도가 들어있고, 플레이 시간이 40분 이상 되는 앨범) 앨범을 만나보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준 아델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새로운 앨범을 들을 때의 감정은 늘 좋다. 몇 번이고 돌려서 듣다보면 몇몇 멜로디가 귀에 익기 시작하고, 그 중 좋은 노래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앨범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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