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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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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7. 2016

왜 가는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주말마다 명동으로, 동대문으로, 종로로 놀러 다니다 보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해외여행객'의 신분이라는 점 때문이다. 나에겐 이곳이 지극이 익숙하고 가까운 일상의 공간일 뿐이지만, 그들에게 이곳은 낯설고 설레는 ‘여행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같은 곳에 있다지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여행객은 왜 해외에 여행을 오는 것일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멀고도 낯선 곳에 굳이 돈과 시간을 써가며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역시 즐겁기 때문이다. 여행은, 해외 여행은 재미있다.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나도 이곳저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내 첫 해외여행지는 태국이었다.(이곳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했다.) 대학 4학년이었던 스물여섯 살 봄에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당시의 나는 해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늘 성적과 장학금과 아르바이트에 쫓겨 대학 생활을 보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게 된다면 더 여유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마지막 휴가처럼 느껴졌던 대학 4학년 여름 방학에 해외여행을 한 번 가보자는 결심을 했다. 여행지와 기간 등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한 끝에, 태국으로 8박 9일의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4학년 1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보고 나오던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좁고 길고 어둡던 터널을 마침내 통과해 숨이 트인 기분이었다.(4학년 2학기가 남긴 했지만, 졸업 학점을 거의 다 이수하고 4학년 2학기에는 단 1개(3학점)의 수업만 들으면 됐었다. 사실상의 졸업과도 같았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물론 여름 방학의 대부분은 쉬지 못하고, 토익 공부를 했다. 8월 말에 예정된 태국 여행을 가기까지 1달 반 동안 내내 영어 공부만 했다. 공부를 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해외에 가서 영어를 쓸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두 번의 토익시험을 치르고 나니, 여행 예정일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첫 해외 여행의 맛' 포스팅)


태국 여행에 대한 첫 감정은 이 포스팅 최초의 글에 잘 적어 놓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행을 다녀와서의 얘기다. 8박 9일간의 짧은(길다면 길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태국에서 특별히 무언가 동기 부여를 해줄 만한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동기 부여는 태국에서의 여행 과정 전부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어와 문화, 풍경, 기후, 지리,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의 경험은 매 순간이 새롭고 강렬했다. 감기에 걸린 몸으로 땀을 흘리고 카오산 로드의 숙소를 돌아다니며 힘들게 잡은 더럽고 좁은 방에 누워 큰 소리로 돌아가던 천장의 팬을 보며 누워있을 때조차 여행의 순간은 찬란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떨리는 해외여행이라는 것도 한동안은 하지 못하겠지? 취직을 하고 일을 하게 되면 이런 여유 있는 순간이 또 올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정확히 4개월 후에 큐슈(일본)에 가는 배를 타게 되었다.
 


서울 곳곳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때면 나는 늘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 부러움의 감정은 내가 잊지 못하고 지내는 어떠한 것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에 도착했을 때 먹은 너무도 낯선 향신료의 맛이 나던 팟타이 같은, 그런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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