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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3. 2016

취두부

너무나도 낯선


보통은 나이가 어릴 때는 새로운 것을 하기 즐기고, 나이가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꺼린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정 반대로 살았던 것 같다. 20대 초중반까지(군대에 다녀오기 전)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 늘 두려워하기만 했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너무나 통제되고 억압된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새로운 것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군생활을 하는 동안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일도 많았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챔피언처럼, 나는 늘 입대 전에 대해 생각했다. 

군대에 오기 전의 나는 무언가 제대로 된 경험을 해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을 하게 된다면 해보지 않은 것들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결심 덕분인지 성격이 조금 바뀌어서, 전역을 하고 나서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많이 해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분명히 재밌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타고난 본성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만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가본 외국은 태국이었다. 모든 게 다 좋았지만, 음식만큼은 불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을 팟타이(태국식 볶음면) 같은 음식도 태국 여행을 시작한 처음 며칠간은 잘 먹지 못했다.(지금은 잘 먹는다!) 낯선 향 때문에 태국의 음식을 잘 먹을 수 없었다. 쉽게 말해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냥 비위가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종류의 비위는 강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의 비위는 아주 강했다. 하지만 먹는 비위는 도무지 나아지질 않았다.
    

이젠 없어서 못 먹는 팟타이


얼마 전 대만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처음에는 생각이 좀 달랐다. 대만에 도착해서 이런 저런 음식들을 먹어 보았는데, 역하거나 못 먹겠다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이젠 나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야시장에서 취두부를 만나기 전까지 만이었다.
  
대만에서의 취두부의 위상은, 한국에서의 떡볶이가 갖는 그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 누구나 좋아한다는 점, 간식으로든 식사로든 먹기 좋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어느 야시장에 가도 취두부 가게는 꼭 있었다.
      

우리의 흔한 상상속 취두부 / 실제 파는 취두부



대만에 가기 전에는 그래도 한 입 정도는 취두부에 도전해 볼 용의가 있었다. 야시장에서 처음 본 취두부의 비주얼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보통 취두부는 푸른색~검정색의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대만에서 파는 취두부는 그냥 두부를 튀긴 색깔(흰색~연한 베이지)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냄새를 맡는 순간 그 냄새가 너무도 낯설어 도무지 입에 넣을 자신이 없었다. 하수구 냄새와 흡사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 냄새를 맡은 순간, 나는 ‘취두부 한 입’의 생각을 깨끗이 지웠다. 
     
사실 따져보면 대만에 있는 동안 다른 음식을 잘 먹었던 것은, 단지 그 음식들이 내가 전에 먹어 봤던 음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취두부의 냄새를 맡는 순간 강하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결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나는 취두부를 먹지 않았다. 
  


     
과거에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들 중 하나는 ‘치즈’도 있었다. 치즈는 누구나 먹기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보통이지만, 내 입에는 잘 맞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 치즈가 발효음식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치즈를 잘 먹지 않고 자랐던 탓에 나는 치즈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매일같이 치즈를 먹으면서 치즈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었다. ‘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회를 먹지 않고 자랐는데, 뉴질랜드의 스시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상적으로 회를 먹었고, 덕분에 그 뒤로는 회를 잘 먹는다.
     

대만인의 두부사랑은 대단하다. 숙소 조식이 온통 두부요리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취두부 같은 음식을 먹는 일도 결국은, 얼마나 낯설고 익숙한가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음식에 익숙해지고 그 참맛을 알게 된 후에는, 그동안 낯설다고 거부해왔던 과거의 시간들만 아깝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에서 취두부를 한 입도 먹지 않고 돌아온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다시 한 번 대만이나 중국에 가게 된다면 취두부를 한 입 정도는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대만이 아니어도 다른 나라에 가게 될 때도, 새로운 음식도 조금씩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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