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일의 기분 Nov 06. 2016

타는 목마름으로


계획에는 없었는데, 어제는 점심을 먹으러 종로에 갔다가 우연히 광화문 광장에 가게 되었다.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떤 행사인지도 모르고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알고보니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어서 참여해보기로 했다. 광장의 빈 자리에 앉아서 1~2시간 정도 영결식 행사를 구경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 있었다. 광화문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농성장에 몇 번 와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민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시청-을지로-명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7시쯤 되어서 집에 돌아가려고 명동 근처 버스 정류장에 갔다. 길에 차가 한대도 없어서 무슨 일인가 봤더니 아까 광화문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느라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탈까 잠시 고민하다 멀리서 보이는 행렬을 보고는 홀린듯 가까이 가 보았다.
 


  
실로 어마어마한 인파의 사람들이었다. 8차선 대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행렬에 압도되어 선채로 행렬을 계속 바라보았다. 

아마 3~40분 정도는 행렬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경찰 추산 4만명이라는 소리는 명백한 헛소리로 보였다. 예전에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갔을 때 하루 입장객이 만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제의 인파는 그 사람들의 열배도 더 넘어보였다. 주최측 추산 20만명이라는 말이 허황된 말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 행렬까지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서서 다 지켜보았다. 정말 엄청났다.
 



그곳에서 본 것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나와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친구들이 든 피켓에는 '국정 교과서 폐지', '셧다운제 폐지' 등 그 학생들의 삶에 아주 밀접한 말들이 쓰여 있었다. 

학생들은 공부나 하라는 말을 하는 치들에게 카운터를 날릴 만한 멋진 피켓이었다. 그 학생들은 누구보다 정치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 줄 알고 있는 영민한 아이들이었다.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였다.
 



비록 영결식만 참여하고 촛불시위나 시내 행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어제의 그 광경은 아마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고, 봤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직된 시민들이 가진 의지가 과연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 속의 한 장면에 서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 contact _ napbock@naver.com

:: blog _ blog.naver.com/napbock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의 뜻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