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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07. 2016

마음을 울리는 가사


음악을 들어야만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삶의 어떠한 순간들을 조금 더 빛내고 기억하기 위해서, 부족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해서, 혹은 심심해서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로, 나는 '가사'를 꼽고 싶다. 평소처럼 늘 듣던 노래 속에서도 이따금씩 유난히 특정 가사가 귀와 입을 멤돌 때가 있다. 그건 그런 가사들이 나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거울처럼 비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가사는 이따금씩 그 노래가 가진 멜로디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울리게 한다.  
  

푸르게 젖은 내 편지에
밤새 쓴것은 너의 이름뿐


몽구스의 '바람은 우리를' 가사의 일부분이다. 저 가사는 나에게 '짝사랑'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다른 단어들로 나타낸 말로만 느껴졌다. 아마 나의 사전이 있다면 나는 '짝사랑'의 설명을 저 가사로 대체했을 것이다. 

군대에서 우연히 알게 된 노래였는데 수십 수백 번을 되뇌여봐도, 역시 좋았었다.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가사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 감성은 동일할 것이다. 이것은 버스커버스커의 '첫사랑'이다.  

다른 점이라면 '바람은 우리를'은 늦은 새벽에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은 감성이라면, '첫사랑'은 '그 사람' 앞에 서 있을 때의 감정을 노래한 것 같다.  
  

오월의 향기인줄만 알았는데 
넌 시월의 그리움이었어

  
그리고 둘 데 없는 감정이 바스라진 후에 대한 노래는, 역시 언니네 이발관이다.(백년 동안의 진심)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의 모든 순간은 연정의 종착점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역시 저 구절만큼 그 감정들을 잘 표현한 가사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조금은 헷깔리게 만든 네 책임도 있는 거 아냐'(voice mail)를 부른 아이유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서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 되었지)를 누구보다 잘 불러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살다가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버릇처럼 이센스(프라이머리)의 '독'을 듣곤 했다.  

흉터를 가진 모두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겐 축복을

    
저 노랫말은 언제고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다. 내가 가진 흉터와 상처들을 누군가가 완벽하게 알아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고, 그것들을 보고 늘 '잘 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지 유튜브의 '독'의 뮤직비디오에는 많은 다른 사람들의 고해성사가 빼곡히도 적혀있다. 그들 각자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말하기 힘들 삶의 이야기를 뜬금없이 유튜브 속 댓글창에 술술 털어놓는 이유는, 당연히 음악(가사)이 가진 힘일 것이다.
  



노래라는 건 언어와 국가와 상관없이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즐기는 예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모국어로 된 가사들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저러한 노래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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