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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10. 2016

상처 하나쯤은

알러지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에요!!


지병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알기론 없다. 

어렸을 때는 이렇다할 불편한 곳 없이 건강하게 지냈지만, 나이를 먹으니 작은 질병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주변의 또래 친구, 선후배들도 마찬가지다. 위가 약해 자주 체한다거나,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리거나, 손목과 어깨가 좋지 않은 경우 등 우리는 모두 잔병치레를 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나 같은 경우도 몇몇의 작은 병들(지병)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 알러지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우선 나는 알러지 때문에 무려 10년을 넘게 약을 먹고 있다. 물론 약 값이 저렴하고(10정에 2~3천원) 일주일에 1개 정도만 먹으면 괜찮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은 적은 편이다. 또한 약만 먹고 나면 일주일 정도는 또 괜찮아지기 때문에 큰 불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온 몸이 간지럽고, 긁은 부위가 금세 붉게 부어 올라서 약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약을 항시 휴대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뉴질랜드에 갈 때는 혹시 몰라 20개를 넘게 사서 갔었는데, 검색대에서 걸릴까봐 조금은 걱정을 했었다.

병원에 가 본적도 물론 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의사의 말로는 세상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알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만큼 원인을 찾기 힘드니 약을 먹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 추측으로는 먼지같은 것에 민감한 것 같다. 청소를 하며 묵은 먼지를 마실 때마다 알러지는 더 심해지니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알러지가 처음 생긴 것은 고3때였다. 그 전까지는 알러지 없이 살았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야간 자율학습을 12시까지 했었는데, 버스가 9시에 끊겨서 매일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바빠지면서 데리러오시기 힘들게 되어 잠시 동안 학교 앞 고시원에서 살게 되었다. 

그곳은 사실 말이 고시원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었다. 서울에서의 고시원은 그래도 '정말 좁은 방'이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곳은 커다란 공간(강당?) 하나를 키 높이만한 칸막이로 촘촘히 나눠놓은 곳이었다. 내 방(방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은 책상이 두 개 정도 들어가는 크기였다. 문도 없이 커튼 하나 치고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사는 일은 실질적으로는 커다란 공간에서 공동 생활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워낙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는 단체 생활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 공간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청결이었다. 커다란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생활했는데 청소나 위생같은 것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한 명이 감기가 걸리면 며칠 뒤에는 고시원 전체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그 공간에서 딱 한 달을 살았는데, 어느 순간 몸이 간지러웠다. 간지러운 곳을 긁으니 금세 붉게 부어 올랐다. 일시적인 일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은 잠을 잘 수 없을만큼 몸이 가려웠다. 그 길로 방을 뺐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쾌적한 생활을 했지만 간지러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병원에 갔더니 알러지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로 십여 년이 넘게 알러지를 가지고 살게 됐다.  
 


  
처음에는 고작 고시원에서 한 달 살았던 것 때문에 이런 병을 얻었다는 게 짜증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누구나 크고 작은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순응하게 되었다. 굳이 거기서 살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생겼을 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의 원래 수명은 이렇게 길지 않았기 때문에 서른 살쯤 되면 크고 작은 질병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고작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50세 전후였다고 하니... 그러니 그냥 불편한 친구인 셈 치고, 참고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 큰 병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이런 체념 또한 나이듦의 일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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